무더위 속에 쪽방촌에서 혼자 살고 있던 70대 노파가 숨진 채 발견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5일 오전 5시께 동구 삼성동 쪽방촌에서 김 모(74) 할머니가 의식 없이 쓰러져 있는 것을 아들이 발견했다.
8월 폭염속 전기요금 인상을 시작으로 공공서비스 요금이 줄줄이 오를 것으로 예상돼 기초생활수급자와 영세민들은 걱정과 한숨이 가득하다. 대전역 인근의 쪽방촌에서 생활하는 한 기초생활수급자는 높아지는 물가에 폭염경보가 이어지는 무더운 여름철 선풍기 사용도 힘들어 고단한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
/이민희 기자 photomin@ |
김 할머니가 후송된 병원 관계자는 “병원으로 오기 전 이미 사망한 상태였으며 8분간 심폐소생술을 진행했지만 소생하지 못했다”며 “사인은 심근 경색이다”고 전했다.
대전시 쪽방상담소에 따르면 김 할머니는 9년 전부터 쪽방촌에서 혼자 생활해 왔다. 아들이 있지만, 같이 살 형편이 못됐다고 한다.
김 할머니가 살았던 쪽방은 6.6㎡(2평) 남짓한 공간에 가재도구 등을 빼면 실제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은 매우 비좁다.
대전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되는 등 찜통 무더위 속에 냉방기구로는 낡아빠진 선풍기가 고작이었다.
성냥갑 같은 비좁은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쪽방촌에서 더위를 식혀줄 수 있는 바람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환경이었다.
권태순 쪽방상담소장은 “김 할머니가 심근경색을 앓아왔지만, 전날까지만 해도 밝은 모습으로 손님을 맞아주셨다”며 “쪽방 거주 노인들이 무더위에 속절없이 노출돼 있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심근경색 환자, 특히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노년층의 경우 무더위 속에 땀을 많이 흘려 탈수상태가 되면 혈압이 상승해 병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김 할머니 말고도 다른 쪽방촌도 이같은 사정은 마찬가지다.
실제 기자가 동구 정동 일대 쪽방촌을 찾은 결과 3.3㎡ 남짓한 공간에서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는 거주자를 확인했다. 심지어는 선풍기 등 최소한의 냉방기구 없이 여름을 나는 경우도 있다.
쪽방촌에서 10년을 살았다는 이충순(50ㆍ가명)씨는 “차라리 겨울이 낫다. 여름에는 정말 못 견딜 것 같다. 발 뻗을 때도 없고 바람도 안 들어오고…”라며 하소연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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