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국가요원인 태식. 불행한 사건으로 아내와 아이를 잃고 전당포를 운영하며 주검처럼 살고 있다. 그의 유일한 친구는 옆집 소녀 소미. 마약밀매와 관련된 소미의 엄마 때문에 소미도 납치되고, 태식은 소미를 찾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싸움을 시작한다.
멋진 배우의 탄생이다. 몸이면 몸, 칼이면 칼, 총이면 총, 다양한 액션을 몸에 맞춘 듯 구사하는 스크린 속 원빈은 한국영화에서 지금껏 쉽게 보지 못했던 고독한 영웅의 아우라를 한껏 내뿜는다.
매혹적이기까지 하다. 날렵한 몸을 드러내고 머리칼을 자를 때, 간결하고 멋진 동작으로 적을 제압할 때 객석에선 탄성과 한숨이 교차한다. 스크린을 핏빛으로 물들이는 잔혹한 장면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불편한 장면도 원빈이 들어서면 순식간에 화보가 된다.
‘아저씨’는 원빈의 액션으로 시작해 원빈의 액션으로 맺는다. 지갑으로 순식간에 단도를 제압하는 첫 싸움부터 스타일이 선명한 액션으로 시청각적 쾌감을 폭발시킨다. 클라이막스는 ‘킬 빌’의 청엽정 액션을 연상시키는 일 대 다수의 난투극으로 점프한다. 목을 가르고 손목을 끊는 그 잔혹한 칼부림조차, 비현실적인 외모를 가진 배우의 날렵한 동작에서 스타일과 판타지적인 매력으로 가득하다.
원빈은 상대방의 곧은 부위는 꺾고 마디를 이루는 부위는 툭툭 끊어버리는 효과적인 무술을 구사한다. 간결함과 단호함이 요체인 무술은 살인병기라는 극 중 설정과 맞춤하다. 그런 무술을 말쑥하게 검은 슈트를 차려입고, 사연을 백만 가지쯤 담은 우수에 찬 눈빛을 한 원빈이 펼친다. 멋으로 치자면 따라올 자가 없다.
배경도 흥미롭다. 그물망처럼 얽힌 마약밀매의 세계, 신체장기 매매의 풍경은 감독이 발로 뛴 취재물로 섬뜩하고 생생하다. 거의 르포에 가까운 대사와 풍경은 영화에 현실감을 불어넣고 주인공의 분노에 공감하게 만든다.
그 진흙탕 속을, 소녀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반자동 권총을 빼들고 뛰어든 영웅의 이야기. 액션에 치중한 탓에 서사는 빈약하다. 하지만 소녀 역의 김새론, 마약반 형사 김태훈, 장기매매 조직의 보스 역의 김희원 등 조연들의 강렬하고 무르익은 연기가 허술한 서사의 얼개를 탄탄하게 붙든다. 특히 눈빛만으로 최고의 악을 드러내는 김희원의 연기는 한쪽으로 기울 수 있는 영화의 평형을 잡아준다.
소녀와 아저씨의 멜로드라마가 액션으로 가기 위한 도입부에 그치고, 간혹 오글거리는 대사가 헛웃음을 나오게 만들지만 한눈팔지 않고 액션의 쾌감에 몰입한 액션영화라는 점에서 충분히 점수를 줄 만하다.
무엇보다 원빈이라는 스타일리시한 액션 배우의 탄생을 지켜본다는 것만으로도 제 값을 하고도 남는다. 올해 나온 한국영화들 틈에서 손꼽혀야 마땅할 엔터테인먼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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