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토이스토리3]돌아온 우디와 버즈 만나자마자 이별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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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토이스토리3]돌아온 우디와 버즈 만나자마자 이별이라니...

■ 토이스토리 3 감독: 리 언크리치. 목소리 출연: 톰 행크스, 팀 앨런, 조앤 쿠색.

  • 승인 2010-08-05 17:43
  • 신문게재 2010-08-06 9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
앤디가 대학에 진학하고 집을 떠나게 되면서 우디와 버즈를 비롯한 장난감 친구들에게 위기가 닥친다. 앤드는 장난감들을 다락에 넣어두려 하지만, 엄마의 실수로 이들은 모두 동네 탁아소에 기증된다. 탁아소의 독재자 랏소 베어에 시달리던 장난감들은 탈출을 시도하는데….


‘잠들면 안 돼. 불을 끄고 잠든 체하고 있다가 갑자기 불을 켜는 거야. 그러면 움직이는 장난감이 분명히 있을 거야. 어, 없네. 잠든 체한 걸 알아챘나. 그러면 다시 불을 끄고 잠든 체하다가 불을 확 켜면….’ 주인 모르게 장난감들이 살아서 움직이는지 보려고 아이들은 잠들지 못했다. 그런 아이들 때문에 덩달아 부모까지 잠 못 들게 했던 ‘토이스토리’가 돌아왔다. ‘토이스토리 2’가 선뵌 지 11년 만이다.

카우보이 우디, 우주비행사 버즈 라이트, 플라스틱 돼지저금통 햄, 카우걸 제시, 몸통이 스프링인 강아지 슬링키, 티라노사우르스 공룡 렉스, 눈과 귀 입 팔과 다리를 자유자재로 떼었다 붙였다 하는 포테이토 부부, 양동이를 내무반 삼아 공동생활 하는 200명 녹색의 플라스틱 병사들…. 반갑다. 장난감 친구들. 반가움도 잠시다. ‘토이스토리 3’은 장난감 친구들이 관객들에게 보내는 작별 인사다. 만나자 이별이라니.

긴 설명이 필요 없다. ‘토이스토리 3’은 최고다. 최고의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알고 싶으신가. 그러면 ‘토이스토리 3’을 보시라.

애니메이션은 웃음이 있어야 한다? ‘토이스토리 3’은 웃긴다. 언어모드가 스페인어로 바뀌면서 플라멩코 춤을 추고 카우걸 제시에게 정열적으로 들이대는 우주비행사 버즈, 또띠아 몸통에 귀와 팔을 꽂고 흐느적거리며 탈출 작전에 혁혁한 공을 세우는 포테이토 부부 장면은 웃음폭탄이다. 애니메이션은 재미있어야 한다? 탁아소를 탈출하는 시퀀스는 디테일도 훌륭하지만 복잡한 탈출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은 최고의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여기에 더해 삶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 “왕처럼 군림하면 안 된다” “권력은 빼앗는 게 아니라 부여하는 것” “평등하면 천국이 된다” 등 곱씹을 만한 맛있는 메시지, 가슴 뭉클한 감동도 전해준다.

무엇보다 ‘토이스토리 3’의 미덕은 이별의 순간에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보여준다는 거다(여기서부터는 영화의 결말 부분에 대한 묘사가 담겨 있습니다). 탁아소를 탈출해 가까스로 주인 앤디와 다시 만난 장난감들. 앤디는 망설임 끝에 이웃에 사는 어린 소녀 보니에게 다가간다. 그리곤 하나하나 이름을 부르며 소개해주고, 함께 놀면서 장난감들을 보니에게 건네준다. 보니가 즐겁게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면서 떠나는 앤디. 그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애들아, 고마웠어.”

헤어지는 순간, 상대에게 고맙다고 말해본 적이 과연 몇 번이나 되는가. 망가졌다면 고치면 된다. 도둑맞았다면 찾으면 된다. 하지만 장난감에게 주인이 성장하는 건 어찌 할 수 없는 일. 이별을 해야 하는 건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그들 사이에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그걸 알고 돌아서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토이스토리 3’은 어린 시절 즐거웠던, 하지만 언제 어떻게 사라졌는지 모를, 까맣게 잊힌 기억들을 끄집어내게 만든다. 앤디의 마지막 인사는 관객들을 대신해 유년의 즐거운 기억들에게 전하는 작별 인사다.

영화가 끝나고 한참동안 자리에서 일어설 수 없었다. 안경 위에 덧씌워야 하는 거추장스럽기 짝이 없던 3D 안경이 이토록 고마울 줄이야.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이별을 항상 슬프지만 신파에 젖어 흘리는 눈물이 아니다. 가슴을 밝은 희망으로 채우고 흘리는 감동의 눈물이다.

‘토이스토리’는 컴퓨터그래픽만으로 장면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영화다. ‘토이스토리’의 성공은 하지만 테크놀로지에 있지 않음을 ‘토이스토리 3’은 새삼 증명한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이야기의 힘, 신나고 재미있고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의 힘. 그게 전 세계인의 사랑을 이끌어낸 거다.

눈동자 하나, 몸짓 하나 허투루 그리지 않은 제작진의 완벽주의, 3D 영상도 눈에 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다. ‘토이스토리 3’은 애니메이션 영역을 넘어 영화사에 가장 훌륭한 트롤로지의 완결편이자 가장 멋진 피날레로 기록될 명편이다. 이 여름, 딱 한 편 영화를 보고자 한다면 ‘토이스토리 3’을 보시라. 놓치면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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