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수찬 목원대 교수 |
미국인들에게 초대형 여름 꿈은 대륙 횡단 여행이다. 고속도로 상에 자주 목격되는 캠핑 트레일러 행렬 외에 좋은 대학을 찾아 대륙을 횡단하는 순례자들이 있다. 소위 말하는 '대학 쇼핑족'이다. 대부분의 대학 쇼핑족은 아빠, 엄마, 대학입학 후보자(고등학생), 그리고 형제들로 이루어진다. '대학 쇼핑'은 자유, 휴식, 여행, 그리고 교육을 한꺼번에 버무린 미국 사람들의 특별한 여름휴가이다.
대학 쇼핑족은 보통 20~30여 일 동안 대륙을 횡단하여 이동하면서 1800개에 이르는 리버럴 아트 칼리지중에서 10~15개의 대학을 살펴본다. 모든 칼리지의 입학처와 사정관들은 쇼핑족을 위한 여름 프로그램을 세워놓고 있다. 입학 사정관들이 나와서 교육철학, 방법, 내용, 교육문화, 수업구성 등 아주 상세하게 자신들의 교육상품을 설명한다. 그리고 재학생이 나서서 캠퍼스 투어 가이드와 캠퍼스 생활을 소개해 준다.
미국 사람들은 학부교육을 위해서는 연구 중심 기관인 하버드, 예일, 버클리 같은 대학보다 교육중심 기관인 윌리엄스, 스미스, 그리고 칼턴 같은 리버럴 아트 칼리지를 선호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클랜드 칼리지에 다녔고, 힐러리 국무장관은 웨슬리 칼리지 출신이다.
미국 사람들이 칼리지를 선호하는 이유는 교육상품의 다양성이 주는 선택의 폭 때문이다. 모든 학습대상자들은 각기 독특한 두뇌구조(유전자), 성장환경, 성격, 기질을 가지고 있어서 특정한 교육 환경에서 자신을 꽃 피울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미국 칼리지는 자유주의적이고 진보적인 대학이 있는가 하면 보수주의를 옹호하는 대학이 있고, 교육방법론 적으로 경쟁을 조장하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상호간 자극과 협력을 강조하는 대학이 있다.
신이 인간을 불편하게 할 뿐이라는 입장을 공공연히 표방하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신의 존재는 인간성 확장을 위해 필수불가결이라고 주장하는 대학들이 있다. 캠퍼스 문화도 차이가 많아서, 일 년에 하루 정도 누드 수업을 하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교복을 입는 대학이 있다. 그러나 모든 칼리지가 공동으로 강조하는 것은 대학 커뮤니티 참여활동과 사회적 책임이다.
한국 학부모들의 교육 쇼핑 역시 익히 알려진 대로 요란하다. 구청이나 언론사들이 제공하는 여름캠프 등록을 위해 4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극성 엄마들이 있다. 그러나 정작 딸 아들이 대학을 갈 때는 대학 순위만 고려하여 적당히 선택하고 만다. 이것은 한국 대학이 학교명성과 등위(等位) 외에는 아주 단일한 교육 상품만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학교 등위를 기준으로 대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소비자들이 대학 쇼핑을 다닐 필요가 없어진다. 몇몇 대학들이 새로운 교육상품을 준비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를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대학은 교육철학, 교육방법, 캠퍼스 문화 등등이 지나치게 단일하다.
우리도 미국 부모처럼 여름휴가기간 동안 아이들과 인생을 얘기하고, 교육을 얘기하면서, 전국의 수려한 산야와 대학을 따라 여행하는 기회를 가져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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