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각 기관이 장비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더위 탓에 시민안전 등과 직결되는 장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신호기 내부 온도가 74도 이상이 될 때 장애 또는 오작동 가능성이 있다. 또 여름철에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 천둥 및 낙뢰에 대한 피해도 간과할 수 없다.
지난달 29일 오전 7시께 동구 판암동 교차로에 설치된 신호등이 무더위 탓에 점멸돼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약 30분 가량 수신호로 교통통제를 한 뒤에야 장비를 복구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호기는 여타 전자기기보다 온도에 민감해서 혹서기에 세심한 관리가 중요하다”며 “아직까지는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긴급복구 등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교통센터에서 24시간 대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구급차의 경우 폭염환자를 위한 에어컨 가동은 기본이며, 얼음팩 등 각종 장비가 갖춰졌는지 확인하는 게 출동 전 필수코스가 돼버렸다.
높은 기온으로 엔진과열 등이 우려되는 대형 소방차 역시 점검 빈도를 한층 강화했다.
징병검사를 담당하는 대전·충남병무청도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기는 마찬가지다.
온도와 습도가 일정해야만 CT기 등 고가의 의료장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장한 장정 수백여 명이 한꺼번에 징병검사를 받다 보니 실내온도가 상승하기 십상이어서 실내 온도 관리에도 더욱 신경을 곧추세우고 있다.
때문에 이같은 장비가 있는 곳은 수시로 에어컨을 가동해 실내온도 21~26도 습도 40~60% 수준으로 맞추고 있다.
대전·충남병무청 한 관계자는 “정부의 10% 에너지 절약정책에 따라 행정동은 에어컨 가동이 아예 제한되고 있다”며 “무더위 속에서는 사람보다 기계가 더 대접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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