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준]단 한 번의 소중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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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준]단 한 번의 소중한 만남

[교육단상]강석준 서산중앙고 전문상담교사

  • 승인 2010-08-03 14:21
  • 신문게재 2010-08-04 20면
  • 강석준 서산중앙고 전문상담교사강석준 서산중앙고 전문상담교사
교사로서의 삶은 학생들과의 일상적인 만남의 연속이다. 교과, 담임, 생활지도, 상담 교사라는 다양한 모습으로 학생들과 끊임없이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고 있다. 교과 및 담임교사로 20여년, 전문상담교사로 5년여를 근무하면서 학생들과의 수많은 만남 중에서 몇몇 소중한 만남들이 있다.

▲ 강석준 서산중앙고 전문상담교사
▲ 강석준 서산중앙고 전문상담교사
지난 4월 중순께 15년 전 남자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 학교를 자퇴한 학생으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의 내용은 학생과 자퇴 직전에 상담을 하면서 '자퇴를 하더라도 언젠가는 학력의 필요성을 알게 되면 방송통신고등학교나 검정고시를 통해서 고등학교 학력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해 주셨으나 오랫동안 학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다가 방황기를 거친 후 결혼을 해 아이를 둘 낳고 나서 요즈음 들어 검정고시에 도전하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며 어떻게 검정고시를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려 주세요?'라는 것이다.

그 학생은 내가 직장을 몇 차례 옮긴 사실을 모르고 옛 근무지에 전화를 해 여러 기관의 안내를 받아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다. 졸업하지 못하고 학교 문을 나서야만 하는 학생들과의 만남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10여년 전 전문계 고등학교에 근무할 때 사제결연으로 알게 된 학생과 몇 차례 상담을 한 사례가 있었다. 그 학생은 대학을 졸업한 후 직장 생활을 하다가 결혼을 했다고 한다. 그 학생이 얼마 전 편지 한 통을 보내 왔다.

편지에서 '당시 선생님과의 상담을 한 경우가 처음이었다. 지금도 그 때의 힘으로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내용을 기록했다. 교사는 학생과의 만남이 비자발적이었다 하더라도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 함을 가르쳐 주고 있다.

최근 만난 학생은 가출을 자주 하는 경우다. 학생은 상담교사가 자신의 부모와 만나 가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원했다. 나는 그 학생의 부모에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만남을 시도했으나 부모는 상담교사와의 만남을 거절했다.

학생을 상담하다 보면 부모나 보호자와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경우가 많다. 어떤 부모들은 상담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경우도 있으나 의외로 많은 부모들이 상담 요청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의 문제를 교사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 나가려고 노력하는 부모들의 당당한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학교에서 교사들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학생들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2008년 부터 정부에서는 Wee프로젝트 사업을 실시해 각급 학교에는 Wee클래스를, 지역교육청에는 Wee센터를, 광역시와 도에는 Wee스쿨을 설치했거나 연차적으로 설치해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진단·상담·치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Wee프로젝트를 통해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는 모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Wee클래스, Wee센터, Wee스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행복하고 가고 싶은 학교가 되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과 동참이 절실하다.

교사와 학생과의 단 한 번의 만남은 학생의 변화를 이끄는 마중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교사들은 많은 학생들과의 만남이 일상적일 수 있지만 학생들은 교사와의 만남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드물고 소중한 만남이 될 수 있다. 이런 만남들 때문에 교사로서의 보람과 긍지를 느끼는지도 모른다.

교사의 학생과의 만남을 통한 학생의 변화는 단 시일 내에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오랫동안 사랑과 정성이 담긴 믿음의 물을 주고 기다릴 때 우리 모두가 소망하는 결실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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