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살인의 추억' 섬뜩한 상상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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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살인의 추억' 섬뜩한 상상이 펼쳐진다

● 극단 앙상블 '날 보러와요' 29일까지 가톨릭문화회관

  • 승인 2010-08-03 14:15
  • 신문게재 2010-08-04 10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비오는날 라디오에서 모차르트의 레퀴엠이 들리면 광기어린 살인이 시작된다. 라디오에서 모차르트의 레퀴엠 1번이 흘러나온다.

김 형사가 놀란듯 외친다. “라디오에서 그놈 신청곡이 나왔어요! 오늘 터집니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연극 '날 보러와요'가 대전 가톨릭문화회관에서 오는 29일까지 공연된다.

지난 2003년 이 연극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 '살인의 추억'이 뜨면서 이 연극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져 새롭게 주목 받기도 했다. 지난 1996년 초연을 시작으로 10년 이상 무대에 오르며 뛰어난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갖춰 매 공연마다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 온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대전 극단 앙상블이 새롭게 재해석해 색다른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로 극의 맛을 제대로 살리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영화의 스토리와 마찬가지지만 '살인의 추억'이 범인을 잡은 전반적인 과정을 그렸다면 '날 보러와요'는 지하실 같은 경찰서에서 강박증에 사로잡힌 형사들의 내면을 다루고 있다.

연극 무대는 태안 지서 형사계 작은 경찰서 안. 길게 내려온 취조실 전등과 의자 몇 개, 찌그러진 주전자와 낡은 캐비닛이 전부다.

벽 한켠에 붙어있는 낡은 화성시 도로지도만이 지역을 암시한다. 또한 수사반 사무실과 취조실, 단 두 개의 공간으로 구성된 작은 소극장에서의 공연은 관객으로 하여금 극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연극은 살인사건이라는 소재가 주는 음산함이 전면에 흐른다. 사건 발생일에 어김없이 내렸다는 빗소리, 바이올린의 가는 선율이 점차 애타는 절규로 바뀌는 듯한 모차르트의 레퀴엠 1번, 그리고 반 쯤 미친듯한 용의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끔찍한 살인의 순간들.

영화가 자유로운 공간에서 긴장감 있는 이야기로 형사들의 변해가는 모습을 표현했다면 연극은 제한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상황 묘사는 물론이고 시를 쓰고 클래식을 듣는 김형사와 주변 인물의 코믹 연기를 보여준다.

시인이 되는 게 꿈이라는 다방 아가씨 미스 김, 관음증을 '간음병'이라고 말하는 무식한 참고인, 걸쭉한 충청도 사투리를 써가며 증언하는 용의자의 친구, 용의자로 잡힌 술주정뱅이 남편을 목청 터지게 욕하다가도 '불쌍한 인간'이라며 울어버리는 전라도 여인까지….

이 작품에 몰입하려면 미드 수사물이나 세련된 스릴러는 기억에서 지워야 한다.

이 극의 백미는 배우들의 대사 만으로 관객들을 섬뜩한 상상에 빠뜨렸다가 배꼽 빠지게 웃기는 극과 극을 경험하게 만든다는 것.

또 영화 연극이라는 서로 다른 장르에서 같은 소재의 이야기가 어떻게 다르게 표현되는지 비교해 보는것도 이번 연극을 더욱 재밌게 관람할 수 있는 관전 포인트다.

이번 연극은 아신아트컴퍼니가 남량특집으로 준비했던 공포연극 '오래된 아이'에 이어 만들어진 공포연극 2탄으로, 아신아트컴퍼니 카페(www.a-sin.co.kr)에 가입하면 다양한 할인해택을 받을 수 있다.

러닝타임 90분. 14세이상 관람가. 일반 3만원·대학생 2만원·청소년 1만5000원. ☎1599-9210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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