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세 대전충남생명의숲 사무국장 |
물이 흐르는 옆 도랑이 있고, 옆 도랑을 따라가다 보면 100m에 한 곳 정도씩 물을 모아서 임도 밑으로 물 빠짐관이 매설된 곳이다. 대부분 지자체나 국유림관리소가 관리하는 공적인 도로다. 따라서 계곡을 따라 마을을 연결하던 작은 경운기 길, 등산객들이 이용하는 숲길, 전기 선로를 위한 철탑 개설로, 산림 소유자가 개설한 임업용 작업로, 묘지나 불법적 이용을 위해 개설된 도로는 임도에 포함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산림면적이 64%를 차지하는 산림국가이지만, 산림자원이 아직 성숙되지 못하고 관련 인프라가 제대로 형성돼 있지않아 임도의 역할이 매우 크다. 임도는 경제성 있는 산림자원으로 육성하기 위한 나무심기 및 숲가꾸기 작업에 필요한 인력이나 임업장비가 원활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또 산불발생시 초동 진화나 잔불정리를 위해 피해현장으로 임도를 통해 신속하게 이동하고, 산불이 더 이상 번지지 않도록 방화선 역할을 한다.
최근 점차 대형화되고 있는 산불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산림자원의 보호를 위해 그 역할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농·산촌 도서지역의 연결도로로서 생활의 불편을 개선한다. 최근에는 삶의 질 향상으로 도시민들이 숲을 찾는 인구가 증가해 산림휴양에 대한 요구가 점차 확대됨으로써 숲길 걷기와 산책, MTB, 산악마라톤 등 여가활동과 산악레포츠까지 다양한 수요가 창출되고 있다.
우리지역의 사례를 들어보면, 대전 도심지에 개설된 39km의 계족산순환 임도는 인근 주민들에게 산책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최근에는 숲길걷기와 마라톤, 산림문화 체험행사 등이 펼쳐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찾는 명소가 되어가고 있다. 또한 아산 광덕산 임도 역시 곳곳에 쉼터와 이정표, 작은 비오톱 등 섬세하게 관리되어, 이곳을 찾는 시민들에게 건강한 산림 생태계를 접하면서 도심 속의 찌든 생활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는 여유를 찾아준다.
잘 개설된 임도는 자연과 인간 모두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주변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숲 체험의 공간이 되면서 서로를 엮어주는 완충역할을 한다.
이렇듯 임도가 갖는 이로운 점이 많은 반면, 여러가지 우려되는 점도 있다. 임도 자체가 효율적인 산림경영과 보호를 위해서 꼭 필요하더라도 산악지형에서 이루어지는 토목공사를 통한 산림훼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새로 개설된 임도의 경우 절·성토면의 무너짐 현상이나, 바닥침식, 노면확대 등으로 인해 집중 호우 시 산사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임도개설로 숲과 산림토양의 훼손, 야생동물의 서식지 감소, 주변의 식생구조의 변화 등 산림 생태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때로는 지자체장의 치적 사업을 위해 목적에 벗어난 임도 개설, 지역주민 숙원사업 해결을 위한 무리한 노선, 설계 및 시공사의 부실한 시공, 담당부서의 관리부실, 임도변 쓰레기 무단 투기 등이 임도개설에 따른 문제점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임도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길이다. 숲과 인간, 생산지와 시장, 농산촌 마을을 연결해주면서 여러가지 기능을 함께 발휘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주변 자연환경을 단절하고 훼손하는 역기능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기능이 최소화되고 순기능이 최대화 되도록 신중하게 고려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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