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근익]베트남 신부와 우리사회의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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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근익]베트남 신부와 우리사회의 이중성

[경제칼럼]손근익 대한건축사협회 대전건축사회 회장

  • 승인 2010-08-01 13:16
  • 신문게재 2010-08-02 21면
  • 손근익 대한건축사협회 대전건축사회 회장손근익 대한건축사협회 대전건축사회 회장
현대사회는 인종간의 활동영역이 파괴되어 보다 나은 환경을 찾아서 사람들의 엑소더스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 손근익 대한건축사협회 대전건축사회 회장
▲ 손근익 대한건축사협회 대전건축사회 회장
국가구성원의 다민족화 다인종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제3국의 노동인력 유입과 국제결혼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고 이제는 우리도 다인종의 시대에 진입하였다. 따라서 이들과 함께 사는 방법에 대한 사회적 학습이 필요하다. 그러나 단일민족의 우수성을 최상의 가치로 알고 살아온 우리가슴에 그들을 포용할 수 있는 공간은 옹색하기만 하다.

다민족국가로서 화학적 결합을 이루어낸 대표적인 국가로 미국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흑인대통령을 배출한 오늘날에도 인종차별과 편견에 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만큼 인종에 관한 문제는 명쾌한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로 인식되어 왔다.

남의 일로만 생각하던 인종간의 문제가 이제는 우리의 현실이 되었다. '베트남신부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17세기 유럽의 노예시장을 연상케 하는 이런 펼침막은 얼마 전까지도 우리의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20세의 베트남 출신 신부가 결혼 일주일 만에 47살의 신랑에게 살해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지난 8년간 60여 차례의 정신과 치를 받은 중증 정신질환자로 밝혀졌다. 노예매매를 연상케 하는 현수막이 우리의 농촌에 난무하고, 인신매매 방식의 맞선행태가 횡행하는 현실에서 이번 사건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정부는 문제점 개선을 위해 국제결혼중개업을 자유업에서 등록제로 전환하였으나 이윤창출에만 급급한 영세한 알선업체의 난립으로 인한 수많은 부작용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문제의 초점은 베트남 신부에 대한 동정심이나 범인인 신랑의 정신질환 여부에 있지 않다.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편견이다. 차별보다 무서운 것이 인종에 대한 편견이다.

우리는 외세의 주도 하에 근대화를 이룩한 탓에 서양의 것은 근대적이고 문명적이며 아시아와 아프리카 그리고 아랍권의 문화는 비문명적이며 후진적이라는 생각이 보편화 되어 있다. 이는 인종적 편견으로 이어져 서구의 백인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반면 기타의 유색인에게는 인종차별적 편견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인식으로 인해 국내에 근무하는 동남아시아출신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무시하며 나아가 베트남 신부의 살해라는 비극으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서구의 노예무역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백분리정책(아파르트헤이트), 일본의 탈아입구(脫亞入歐)구호에 우리 모두 분노하고 비웃지 않았는가. 그러나, 우리는 서구 열강의 행태를 욕하면서 답습하는 이중성을 보여왔다.

주한외국대사나 대학교수가 단지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한낮에 대로에서 봉변을 당하는 나라, 외국어학원에서 흑인은 채용하지 않는 나라. 언론에서조차 '동남아 신부쇼핑'이라는 문구를 당당하게 사용하는 나라, 아마존이나 아프리카의 벌거벗은 여성의 상반신을 여과 없이 방송하는 나라. 불행하게도 이는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 기저에 흐르는 인종편견을 누가 부인할 수 있는가. 온 국민의 관심 속에 강제 출국한 네팔인 '미누'는 차라리 행복한 편이다.

차별이나 편견은 다름을 인정하는 대신 우열의 개념, 즉 지나친 우월주의에 기인한다. 이화여대 방희정 교수의 조사에 의하면 한국대학생은 백인선호도가 -0.25, 흑인선호도는 -0.51, 동남아인선호도는 -0.55인 반면 외국학생은 각각의 수치가 0.12, -0.07, -0.15로 나타나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은 주한 외국학생에 비하여 인종에대한 편견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정한 선진국을 지향한다면 이렇듯이 일상화된 인종 편견주의 (Racial prejudice)를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다. '인종편견'을 넘어서 지구전체가 하나 되는 그날을 위하여 우리 모두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부도덕한 강대국의 국민보다는 바른 나라의 따뜻한 시민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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