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효진 당진교육장 |
이는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로 유명한 로렐라이 언덕의 전설이지만 실제 로렐라이를 가본 사람들은 그 썰렁함에 하나같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짓는단다. 또한 벨기에의 오줌싸개 동상이나 덴마크의 인어공주 동상, 우리나라의 낙화암 역시 그 명성에 비해 볼거리가 전혀 없는 실망을 안게 되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관광객을 유인하는 이유는 바로 이야기 즉, 스토리텔링이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이란 스토리(story)와 텔링(telling)의 합성어로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특정한 대상, 즉 사람이나 사물, 사건에 얽힌 이야기를 가공하거나 새로 만들어내어 평범함을 비범하게 각인시키도록 하는 기법이다. 예술에서 시작된 스토리텔링은 교육과 마케팅, 컴퓨터 게임 등 계속적으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광고도 마찬가지다. 꼭 그 커피를 마셔야 사랑이 이루어질 것 같은 기대감이나 꼭 그 휴대전화를 가져야 더 재미있을 것 같은 설렘, 꼭 그 메이커의 옷을 입어줘야 한 발 앞설 것 같은 우월감, 꼭 그 차를 타줘야 남보다 멋져보이리란 자긍심 같은 정서를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심어준다.
단지 상품에 대한 설명이나 이미지 부각이 아닌 스토리를 통해서 생긴 감정과 정서가 구매를 촉진한다. 또한 우리가 명품으로 알고 있는 상품들은 단순히 비싸다고 해서 명품이 된 것이 아니라 비싼 값을 지불하고서라도 얻고 싶은 이야기와 판타지가 있다. 소비자들은 상품을 구입할 때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는 상품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그의 책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말한다. “정보화 사회는 지났으며 이제 소비자에게 꿈과 감성을 제공해주는 것이 차별화의 핵심이 되는 꿈과 감성의 시대가 온다”고 말이다. 따라서 상품의 쓸모나 효용성보다는 자신의 꿈과 감성을 만족시키는 상품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되고 상품의 가치보다는 브랜드의 가치에 더 열광하게 되는 시대가 되었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창의력과 상상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바로 아이들의 꿈과 감성에서 바탕이 된 그들만의 '이야기'에서 온다. 같은 미술 수업을 하더라도 붓의 사용법과 칠하기의 기교만을 익힌 아이는 할 이야기가 없다. 어떤 그림을 그릴지 구상단계에서부터 그림을 완성하고 난 다음 학부모를 초청하여 전시회를 여는 단계까지의 전 과정을 거친 아이는 평생의 이야기가 남는다. 마치 운전자의 옆자리에 동승만 해서 같은 길을 백번 갔어도 막상 핸들을 잡으면 길을 찾지 못하는 것처럼 주체적이지 않은 교육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만들어주지 못한다.
상상력의 한계에 부딪힌 아이들은 그들만의 이야기도 키우지 못하지만 그들의 꿈도 마찬가지로 자라지 못한다. 어디에서 주워들은 '카더라'나 누군가 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한 '했더라'는 아이들에게 침묵과 부동을 가르친 결과다. 조용히 구경만 한 아이들, 듣기만 했던 아이들에게는 발전될 감성이나 꿈이 없다. 아이들의 감성이란 오감을 통한 자극으로 직접 느끼고 자기화하면서 그 지평을 넓혀가는 상상력으로 발달되기 때문이다.
일본 아오모리의 '합격사과' 이야기처럼 태풍이 몰아쳐 90%의 사과가 떨어졌어도 남은 10%의 사과를 가지고 “이 사과는 어떤 경우에도 떨어지지 않는 합격사과”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낸 것은 꿈과 감성의 신화처럼 받아들여진다. 사소한 사물에도 이야기를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은 어떤 조직, 어떤 사회에서도 신화를 창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살아있는 이야기를 구성해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실패하더라도 모험에 도전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체험해보게 하는 과제실행이 그들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게 될 것이다. 스스로 꿈꾸고 스스로 행동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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