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봉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중부권 문화협력관 |
문화예술에 대한 층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문화공급자, 문화수요자, 그리고 양자를 이어주는 문화매개자다. 예술가인 문화공급자, 일반시민인 문화수요자는 예술이 있는 한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든지 존재했지만, 문화매개자 중에서도 지역의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정책을 펼치는 예술지원행정가는 최근에 나타나고 있다. 앞서 강조한 것처럼 지역이 중심이 되어가고 있는 시대에 이러한 문화예술 전문 인력이 담당해야 할 문화사업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예술가, 향수권자 외에 이와 같은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예술지원행정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예술전문행정가란 단순히 예술과 관련된 사무행정업무를 하는 인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역전체의 문화예술발전에 대한 미래적 전망을 가지고 문화정책 문제, 그 원인, 해결목표, 정책대안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실현시켜가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단순 사무업무능력이 아니라 문화예술적 창의성이다. 예술전문행정가는 문화예술을 기본 토대로 행정을 결합하는 것이지 행정이 토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예술행정전문가에서 요구되는 기본 토대는 문화예술적 속성을 이해하는 점이다.
그러나 이런 인재들이 자신의 지역에 뿌리내리고 제 역할을 하기에는 여러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 문화예술행정가의 독자적인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인식이 부족한 면도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장예술가들이 상호경계하면서 예술전문행정가가 생겨나는 토양을 아예 없애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현실적으로는 지역의 예술행정전문가로서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면서 생존하기가 지극히 어렵다. 지역의 예술행정가에 대한 인식부재로 정규직을 꺼리고 1·2년짜리 계약제 직원을 채용하는 상황에서 지역의 문화예술행정전문가 육성이라는 말이 무색할 수밖에 없다.
혹자는 예술행정은 전문성이 아닌 언제든지 예술을 전공한 사람들에게 사무업무를 가르쳐 맡기면 될 것이 아니냐고 하는 데 절대 그렇지가 않다. 예술행정감각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예술현장에서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축적되는 것이다. 대학에서는 이러한 예술현장에서 요구하는 고도의 지식과 기술, 복합적인 능력을 가진 자를 배출해내지 못한다.
지자체의 경우 그 이전에는 시·도에서 문화예술지원행정을 전개했지만 순환보직제로 인해 비전과 문화정책의 장기적 전망을 담아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일면에서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자 지역문화예술행정을 전문화시킬 수 있는 문화재단을 설립한 것이다. 1~2년을 넘지 못하고 쉽게 바뀌는 문화예술담당 공무원으로는 문화예술에 대한 전문적인 행정업무를 전개하기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문화재단이 설립됐고,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지역문화예술의 발전에 대한 여러 가지 전망을 그리면서 문화재단에 거는 기대감이 컸던 것 같다. 그러나 그 핵심요소인 문화예술지원인력이 차지하는 중요성과 지역문화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인식을 공유했었는지를 묻고 싶다. 문화재단이라는 특수한 토양 속에서 지원예술행정가가 전문직업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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