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덕훈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 |
다름 아닌 아사히야마 동물원이다.
1967년 개원한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1990년 중반 관람객 감소로 동물원의 폐쇄위기에까지 몰리다가 2006년 270만 명이라는 경이적인 관람객을 유치해 일본을 대표하는 동물원이 되었다. 2005년에 '일본창조대상'과 2006년에 '닛케이 BP상'을 수상해 창조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인구 36만의 소도시, 10명도 채 안 되는 사육사와 수의사, 적자로 인해 예산조차 제대로 배정받지 못한 시립동물원이었지만 원장을 비롯한 10명의 사육사와 수의사들은 체념하지 않고 고객(관람객)의 입장에서 동물원의 존재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즉 무대 뒤에서 사육만 하던 사육사들이 관람객 앞에 나서서 동물의 특성을 설명해주는 가이드역할(사육전시반)을 겸하는 역할을 하고 철장 속의 동물의 모습을 불과 1m앞에서 입체적으로 가장 자연적인 모습을 보게 하는 행동전시적 사고를 도입했던 것이다.
투명한 펭귄관 아래쪽에 통로를 개설, 펭귄이 헤엄치는 모습이 마치 하늘을 나는 것 처럼 보이게 했고, 북극곰의 수영하는 모습도 투명유리를 통해 보고 기린의 나뭇잎 먹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하자 관람객이 늘기 시작했다. 사자와 표범이 있는 맹수관에 가니 맹수들은 위험하다고 하여 멀찍이 떨어져서 관람 하는게 보통인데 유리창을 통해 바로 눈앞에서 만질 수 있을 만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고스케마사오 동물원장의 이러한 사고는 아사히야마 동물원이야기 '펭귄,하늘을 날다' 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을 정도다.
대전 동물원이나 한국의 동물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똑같은 동물인데 왜 관람객이 모이고 이렇게 달라 보일 수 있을까. 어찌보면 대단치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리 대단하지 않은 것을 처음으로 대단하게 보이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 경상대 교수들은 바로 사고(발상)의 전환을 높이 평가했다.
우리는 아사히야마 동물원을 뒤로하고 오타루(小樽)로 향했다. '오겡키 데스카'로 유명했던 일본 영화 '러브 레터'의 촬영지가 홋카이도의 해안도시 오타루다. 19세기 중엽에서 20세기 초반의 근대화시절에 무역 거점 역할을 했던 이곳을 상징하는 것은 오타루 운하다. 지금은 용도를 잃어버린 운하와 창고건물, 가스등은 근대화분위기를 자아내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길이 1300m, 폭 40m의 작은 크기의 물길이지만 언제가 어디서 한번 본듯한 분위기는 메마른 현대인의 잃어버렸던 고향처럼 느껴진다.
사카이초 거리의 유리공예 전문점들은 색색 가지 유리봉을 가스 토치로 녹여가며 액세서리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초밥(스시)의 성지라 일컬어지는 오타루는 먹을거리, 볼거리 그리고 기념품 등 살거리를 준비해 놓았는데 8년간 동경유학을 했던 필자는 홋카이도의 조그만 도시도 고객위주의 혁신적사고와 창조적 사고를 갖추면 세계적 관광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껴 감동을 받았다.
대전에 돌아와 보니 홋카이도의 삿포로시와 대전시가 자매결연을 맺는다는 뉴스를 보고 멀리 있던 홋카이도가 조금 더 가까이 느껴졌고, 그 뒤에는 창조적사고의 고객중심의 동물원과 옛정서를 되살린 혁신적 행동의 푸른운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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