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진]백제사를 다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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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진]백제사를 다시 써야 한다

[시론]안영진 중도일보 전 주필

  • 승인 2010-07-28 15:29
  • 신문게재 2010-07-29 21면
  • 안영진 중도일보 前 주필안영진 중도일보 前 주필
올 가을 백제문화제는 사상최대 규모로 치러질 예정이다. 시도민 모두가 찬연했던 선조의 예지를 오늘에 전승, 재현해보는 큰 잔치다. 그래서 풍성한 프로그램에 예산 또한 사상 최대 규모로 책정해 놨다.

▲ 안영진 중도일보 전 주필
▲ 안영진 중도일보 전 주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주와 부여에서 격년제로 거행하던 고을 잔치가 이완구 지사가 취임하면서 '멍청도 아닌 엄청도', '세계적인 대백제전'이라는 기치를 내걸어 우리는 모두 박수를 보낸 바 있다. 하지만, 축제란 규모가 크다고 성패가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짜임새와 예술성, 고증과 참여도 등이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뜻에서 필자는 오래전부터 백제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럼 손질해야 할 대목은 어떤 것들인가.

백제사는 패망 후 1300년간 매몰되어 왔다. 그것은 사장이요, 동면인 동시에 일식(日蝕) 그 자체였다. 그리고 삼국을 신라가 통일했다 해서 대표성을 갖는다는 식의 '승자논리'가 판을 쳐온 세월이었다. 그 바람에 '새로운 신라천년'이라는 기세로 교과서는 '김유신'과 '화랑' 찬양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외세(당나라)를 끌어들여 동족을 쳤다는 이야기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길이 없었다.

이제 우리는 역사를 다시 써서 삼국정립(鼎立) 구조로 바꿔야 한다. 또 앞으로는 익산, 영암, 경기, 풍납토성과도 연계지어야 옳다. 익산의 미륵사지(동탑, 서탑)를 따돌리거나 왕인박사의 발자취를 소외시키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미개했던 왜국에 천자문과 논어, 인의예지를 가르쳤던 왜국의 스승 '왕인'. 일본 오사카에선 그의 발자취를 국보로 보존해오고 있는데 막상 그의 고향(백제)에는 이렇다 할 기록이 없다. 최근에 그의 생가를 세워 놓은 것이 전부다.

백제의 큰 집은 고구려다. '온조'와 '비류'가 남하, 온조는 풍납토성(경기)에 비류는 인천에 도읍을 정했다. 그러나 '비류'는 곧 망하고 그 유민들이 왜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되어 있다. 일본의 초대 도읍 '아스카'를 일궈낸 건 백제계였다. 일찍이 왜국에선 겐지(源氏)와 헤이케(平家)가 각축을 벌였지만, 이 두파의 주도세력이 도래계라 한다면 '겐지'가 백제계인지 '헤이케'가 신라계인지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공주시와 자매결연한 기쿠스이(菊水町)의 후나야마(船山) 고분 출토품은 무령왕릉의 그것과 똑같다. 금장식품, 쇠신발 등 출토품이 하나 같이 그렇다. 그 중 환두대도(칼)는 개로왕(백제 누구에게 전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일부 문자가 부식되어 견해차를 드러낸 채 오늘에 이른다. 우리 측 이병도 박사는 이 고분일대가 백제의 담로(擔)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담로란 백제의 왕족이 통치하는 직할령을 말한다. 이 역사적인 '후나야마 고분'을 이 고장에 맨 먼저 소개한 것은 필자였다.

소설가 미즈오카(光岡明)씨의 권유를 받은 결과였다. '무령왕릉'과 '후나야마 고분'의 인연으로 공주, 기쿠스이가 자매결연하고 이어 충남도와 구마모토가 확대결연 오늘날 왕성한 교류를 펼치고 있다.

일본 규슈 남단 미야자키(宮崎)(백제마을)엔 정가왕 부자를 모신 신사가 있다. 이 정가왕 부자의 내력에 대해서도 연구가 있어야 한다. 백제 마지막 왕은 의자왕이며 그 직계는 융(隆)이다. 하지만 왕은 후궁을 거느리는 탓에 서계(庶系)가 아닌지 이 역시 정리해 볼 대목이다.

백제사를 정리함에 있어 우리는 의자왕이 묻힌 낙양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계룡장학회 문화탐사팀(이사장 이인구씨)은 낙양을 찾아가 의자왕의 추모비 건립을 약속 받았으나 낙양시 측이 태도를 바꾸는 바람에 좌절되고 말았다. 중국 정부의 동북공정 정책 때문에 그러했다.

후백제(부흥) 운동사 중 흑치상지(黑齒常之)가 등장하는데 고구려사에도 그가 나온다. 이 역시 판별해내야 할 숙제다.

서동요는 보다 대담하게 극화시켜야 한다. 옛날의 전설, 남의 이야기 자명고(自鳴鼓)는 크게 다루면서 실화 '서동요'를 소심하게 다룰 까닭이 없다. 축제(놀이)란 무엇인가. 농담과 진면목의 경계에서 오락가락하며 인간을 매료시키는 예술행위다. “인간은 신의 완구로서 축제를 올리는 것만이 최량의 부분이다”라고 한 플라톤의 말이 머리를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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