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음악은 흔히 말하듯 클래식을 지칭한다. 이때의 고전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불멸의 명작을 뜻한다. 예컨대 음악에서의 고전이란 조스캥 데 프레, 비발디, 바흐, 베토벤, 쇼팽, 바그너 등 유구한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 남겨진 불멸의 음악 작품을 가리킨다.
두 번째 고전음악은 18세기와 19세기 음악을 구별할 때 사용된다. 18세기를 고전음악, 19세기를 낭만 음악으로 부를 때의 고전과 낭만은 이미 가치판단이 그 안에 숨어 있다. 즉 18세기 음악은 그리스와 로마의 예술이 갖는 미적 아름다움을 갖고 있기에 고전음악이 되고, 19세기 음악은 당대 시대 흐름이었던 낭만적 정신을 담고 있기에 낭만 음악이 된다.
18세기 음악의 아름다움은 단순하면서도 고상하며, 균형과 비례감각을 갖추고 형식적 통일성 안에서 과도한 장식이 배제된 음악이다. 반면 19세기 낭만 음악은 이러한 균형과 형식감각에서 벗어나 주관적 감정을 작품 안에 담는다. 독창적이면서도 표현적이고 때로는 극단적인 내용까지도 음악으로 담아내는 낭만 음악은 분명 이전시대와는 차별화된다.
마지막으로 고전음악은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으로 대표되는 빈 고전악파의 음악을 특별히 가리키기도 한다. 일부 학자들은 이들의 음악이 동시대의 어떤 작곡가들보다 탁월하기 때문에 이들의 완숙한 작품을 가리켜 고전음악의 정수로 본다.
하이든, 모차르트의 고전적 미를 지닌 우아한 고전음악이 바흐, 헨델로 대표되는 바로크 후기의 음악 이후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J.S. 바흐의 음악은 바흐 자신이 사망한 후 같이 사라졌다. 흔히 생각하듯 바흐의 음악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유명 작곡가, 유명 작품으로 결코 내려온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의 음악은 지나치게 어렵고 전문인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무거운 음악으로 간주됐다.
우리는 바흐를 음악의 아버지라 하여 클래식 음악인 중에서도 최고 위대한 음악가로 알고 있지만, 18세기 후반기 사람들은 오히려 그의 아들들인 칼 필립 에마뉴엘 바흐(C.P.E. Bach)와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J.C. Bach)의 음악을 더욱 선호했다. 이들의 음악은 가볍고 우아하며 활기에 가득 차 있었다.
아버지 바흐의 음악은 구식이고 아들들의 음악은 최신 유행의 음악이었던 것이다. 잊혀졌던 아버지 바흐와 음악은 19세기에 화려하게 부활했고, 18세기 후반기 사람들의 음악적 취향과 일치했던 아들 바흐들은 현재 중요성이 간과된 중소 음악가로 전락하였다.
밖에도 독일 만하임 악파의 탁월한 오케스트라 훈련가 슈타미츠(J. Stamitz)의 전율하듯 역동적인 관현악 음악과 진정한 교향곡 창시자인 이탈리아의 사마르티니(G.B. Sammartini)의 교향곡은 새로운 시대를 비추는 여명(黎明)의 역할을 했다.
이들이 있었기에 18세기 후반기 교향곡과 현악사중주곡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이든, 기악과 성악음악 모두에 능통했던 진정한 천재이자 고전음악의 대명사 모차르트, 그리고 고전과 낭만을 넘나든 베토벤으로 이어지는 활기차면서도 우아한 18세기 고전음악이 본격적으로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단순히 고전음악을 좋아하는지 물을 때는, 현대의 대중음악과 구별되는 그레고리오 성가로부터 내려오는 역사적 개념의 서양 예술음악 자체를 좋아하느냐의 질문이 될 것이다. 반면 18세기 고전음악과 19세기 낭만 음악 중 어느 음악을 더 선호하느냐의 질문에는 시대에 따른 음악양식과 형식, 내용의 호불호를 따지는 질문이 될 것이니 이제는 그에 맞는 적절한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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