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희]바이러스 해부하기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윤희]바이러스 해부하기

[교육단상]김윤희 대전둔천초등학교장

  • 승인 2010-07-27 14:18
  • 신문게재 2010-07-28 20면
  • 김윤희 대전둔천초등학교장김윤희 대전둔천초등학교장
신경성 알레르기라고 한다. 무언가 알 수 없는 불안이 신경을 자극하면 신체의 어느 부위를 마구 긁어대는 습성이다. 알레르기는 원래 인내심과 상관관계가 높은데, 겁없는 내 바이러스는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고야 마는 속성 때문에 웬만한 참을성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 김윤희 대전둔천초등학교장
▲ 김윤희 대전둔천초등학교장
이유도 모르는 채 당하기만 하면서도 여린 피부의 대응은 늘 소극적이다. 성가신 것을 싫어하는 성격대로 그저 생각날 때마다 크레졸과 연고로 토닥여 주는 것이 전부다. 경험으로 볼 때 내 백혈구의 유전자가 제법 우수했는지 많이 의존하고 있는 듯 싶다.

그러나 자칫 관리가 소홀해지면 바이러스와 백혈구는 모두 자멸을 초래하고 만다. 상처는 동그란 웅덩이를 만들고, 거기에는 노란 고름까지 찔끔거리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에 의해 폐기처분되었지만 죽은 세포들은 말이 없다. 마치 조류 인플루엔자에 걸려 살처분 당한 느낌이어서 안쓰럽기도 하다.

그러나 머지않아 세포는 재생할 것이다. 붉게 충혈 된 상처 부위를 슬금거리는 가려움이 그 징후다. 2차 감염은 자칫 슈퍼바이러스의 침입이 우려되므로 어금니를 단단히 물어야 한다.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얼마나 더 처절해야 하는가. 아직도 추락할 것이 있다면 절망도 끝이 아니다….” 임효림의 '부활'이라는 시를 읊으면서 응원을 해 보지만, 흔적은 지워져도 상처가 완전히 치유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바이러스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복해 있는 것이다.

그들은 항상 불안의 체크리스트를 예의 주시하면서 노출을 갈망한다. 이만하면 나는 이미 알레르기 전문가가 된 셈이다. 전문가의 눈은 때때로 우리 아이들의 백혈구 수치를 가늠하기도 한다. 결과는 대체로 회의적이다. 그 이유는 '마마보이'라는 한마디로 집약할 수 있다.

어느 올림픽에서도 금메달감이라는 우리나라 엄마들의 교육열은 아이의 우정도, 학습의 고민도, 진로의 해답도 적극적인 참여로 대행해 주기 때문에 아이가 상처와 치유 사이에서 면역력을 기를 기회가 없다는 해석이다. 만약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들은 엄마의 손을 잡고 뛸 것이다. 엄마는 비행기 표를 사서 자녀를 외국으로 보낼 것이다. 전투력을 상실한 아이들! 그들은 또 하나의 백혈병을 앓고 있는 세대들이다.

학교는 지금 새로운 사각지대로 떠오르고 있다. 교문도 이미 열렸다. 열고 닫는 것에 대한 논쟁은 접기로 한다. 상황은 언제나 최선을 지향하지만, 최선이라는 것은 늘 변신을 거듭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상황의 전환에는 알레르기가 편승하기 쉽다는 사실이다. 잠복된 바이러스는 때를 놓치지 않을 것이고 침입자의 존재는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그래서 일찍이 인간 최대의 적은 '바이러스'라고 하지 않던가. 그러므로 우리 아이들은 강해져야 한다. 바이러스는 약한 자에게 강하기 때문이다.

이제 여름방학이다. 이번 방학에는 '휴강'이란 팻말을 걸어놓고 아이들과 부모가 가능한 자주 자연 속으로 떠났으면 좋겠다. 산야는 지금 초록의 향연이 절정이다. 심호흡을 크게 하면 질 좋은 산소가 가득 주입될 것이다. 이렇게 충전된 에너지는, 하늘보고 두 팔 벌린 나무들처럼 무럭무럭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을 만들 것이다. 운동도 좋고 놀이도 좋다. 인간과 자연의 배려도 배워야 한다.

학교는 작은 사회이고, 사회는 화해와 동행과 상생이 필수적이다. 자연 속에서 얻는 지혜가 가장 생생하게 살아있는 학습이 된다. 방학이 끝나면 우리 아이들이 모두 맥가이버처럼 강해졌으면 좋겠다. 어떠한 문제를 만나더라도 그들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해서 자기 자신은 자기가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아이들의 얼굴에 멜라닌이 가득한 방학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3.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4.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5.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