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구]여름 밤하늘과 별들의 이름

[사이언스칼럼]이서구 한국천문연구원 대국민사업실장

장마철인데다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불편한 계절이다. 이런 계절에는 더운 낮 보다는 아무래도 시원한 밤에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기 일쑤이다. 혹시 여행이라도 가게 되면 밤하늘을 볼 기회가 더욱 많아지게 된다. 밝은 가로등과 간판들이 어둠을 방해하기는 하지만 조금 외진 곳을 찾는다면 아직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 이서구 한국천문연구원 대국민사업실장

하지만 웬만한 관심을 가지고 별자리를 따로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밤하늘은 아름답기만 할 뿐 별들은 그야말로 혼동 그 자체이다. 어디를 먼저 쳐다봐야 할지도 모르고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본다고 해도 그 별이 그 별 같기만 하다.

별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 것은 대략 5000년 전 부터다. 별들의 이름은 당시 천문학이 발달한 아라비아에서부터 붙여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현재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별의 이름이 대부분 아라비아어로 되어있다. 맨눈으로 보았을 때 밤하늘의 별들 중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을 일등성이라고 하는데 일등성들은 오래 전부터 붙여진 고유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요즘 밤하늘 머리위에 밝게 빛나는 별 중 하나인 거문고자리에서 가장 밝은 직녀성은 ‘베가’, 독수리자리의 일등성인 견우성은 ‘알타이르’라 불린다. 이러한 ‘고유명’은 나름대로의 뜻을 갖고 있는데 예를 들어 오리온자리의 일등성 베텔게우스는 오리온의 ‘겨드랑이’를, 리겔은 ‘왼쪽다리’를 의미한다.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전체 하늘에서 약 6천여 개 정도인데, 이렇게 많은 별에 고유한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1603년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베이어는 ‘우라노메트리아’라는 성도에서 별에 그리스 문자의 소문자 [α(알파), β(베타), γ(감마)....]를 붙이기 시작하였다. 예를 들면 오리온자리(Orion)의 가장 밝은 별인 베텔게우스는 오리온자리 α별, 그 다음 밝기의 리겔은 오리온자리 β 별 등이 그 예이다.

맨눈으로 보이는 별 외에도 쌍안경이나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올려보면 훨씬 더 많은 별들이 보인다. 따라서 눈에 보이지 않는 어두운 별에도 이름이 필요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리스 문자의 개수가 α(알파)에서 ω(오메가)까지 24개 밖에 안 되기 때문에 문자를 이용하여 이름을 붙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별자리에서 별의 위치에 따라 일정한 규칙을 정해 순서대로 숫자를 붙이는 방법을 고안해 내었다. 즉, 별자리의 맨 서쪽에 있는 별에서부터 차례대로 숫자를 붙이는 방법이다.

전체 하늘에는 모두 88개의 별자리가 있으며, 이들 별자리에는 사자자리나 오리온자리, 백조자리처럼 이름이 붙여져 있다.

그렇다면 별자리의 모양이 모두 이름에서 연상되는 모양일까? 사자자리나 백조자리의 경우 별들을 연결하면 그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별자리들은 이름에 해당하는 모습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여기에 밤하늘을 바라보는 묘미가 있다. 원래 이름과 상관없이 누구나 보이는 별들을 이어 각자 상상하는 사물의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학문적으로 바라보는 별들이 아닌 바에야, 함께하는 가족이나 연인들이 만들어가는 자신만의 별자리가 될 것이다. 이를테면, 은하수에 잠겨있는 궁수자리는 궁수의 모습보다는 주전자를 많이 닮았으며, 독수리자리는 우산 모습을 연상하게 된다.

밤하늘에 보이는 별들은 우리의 태양과 같이 핵융합 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만드는 천체이다. 다만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어 작은 점처럼 보이는 것으로, 쉽게 말하면 아주 멀리 떨어져있는 태양인 샘이다. 별들 외에도 이름이 있는 천체가 있다. 화성과 목성 궤도 사이에 주로 분포되어 있는 소행성이나 긴 꼬리를 가진 혜성이다. 소행성에는 발견한 사람이 원하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사람의 이름을 붙여도 좋고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의 이름을 붙여도 되다. 국제적으로 공인되는 소행성의 이름은 몇 가지 절차에 따라 정해지는데 현재 최종적으로 궤도가 확인되어 고유 이름이 붙은 소행성은 약 8천 여 개이며, 궤도를 확인 중인 것만도 약 20만 개에 이른다고 한다.

발견한 사람이 원하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소행성과 달리 혜성은 자동으로 발견한 사람의 이름으로 정해진다. 1993년 목성에 충돌해 유명해졌던 슈메이커-레비 혜성은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발견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사람들이 뭐라고 부르던 간에 우주에 있는 천체들은 모두 스스로 정해진 위치에서 정해진 자리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많은 것 중에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