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영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국민들은 괴롭다. 지금 정치인이 세치 혀의 성희롱으로 정국을 혼란스럽게 할 때인가? 천안함 침몰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눈물이 아직 마르지 않았고, 기초생활 수급권자들과 차상위 계층은 현재의 최저생계비(1인 가구 최저생계비 50만 4344원, 4인 가구 132만 6609원)로는 도저히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고 절박하게 호소하고 있다.
양극화가 심해 경제적·사회적 약자들은 생존 자체가 힘든 우리나라에서 취약계층이 정치에 거는 기대와 관심은 유달리 크다. 서울역 노숙자들도 웬만한 정치부 기자 못지 않게 정치상황과 정치인들에 대해 줄줄이 꿰고 있다. 매일의 삶이 힘겨운 사람들은 정치판이 제대로 돌아가면 자신들의 삶도 나아질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국회의원 성희롱사건은 국민들에게 또 하나의 절망을 안겨 준 셈이다.
성희롱은 힘의 역학관계에서 비롯된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이 제기된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는 97.3%가 여성이고, 직장 상급자에 의한 성희롱이 66%다. 성희롱은 남성의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 남성 지배적 문화가 근본적 원인이지만 결국은 권력구조의 문제다. 약자가 강자를 희롱할 수 있는가? 강자가 약자를 희롱하는 것이다. 거리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모든 성희롱의 가해자는 권력을 가진 자다.
사회지도층들의 성희롱은 자신이 가진 힘, 즉 일종의 권력을 오·남용한 것에 다름 아니다. 특히 국민이 국회의원에게 부여한 권력은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사용하라고 주어진 것이건만, 엉뚱한 데 이용해 국민들을 절망에 빠트렸다. 그동안 성희롱 때문에 곤욕을 치렀던 정치인은 한, 두 명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에게는 그러한 사건들이 반면교사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사회 지도층의 성희롱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근본적인 대안은 무엇인가? 이미 1995년에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 제7조의 2에 의하면 국가기관 등의 장과 사업주는 매년 성희롱 방지 교육과 점검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교육과 점검의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속속 증명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장관도 향후 국회의원, 지방의원 대상 성희롱 예방 의무교육 강화 및 예방교육 내실화를 기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근본적 해결책은 우리의 국격을 높이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20개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바뀌었다고 해서 국격이 높아지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국격이란 전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될 때 높아지는 것이다.
삶의 질이란 물질적인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나 경제대국 2위인 일본을 국격이 높은 나라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나라가 국격이 있는 나라다. 국격을 높이는 지름길은 사회지도층이 품격있는 언행일치로 국민들의 모범이 되고, 사회적·경제적 약자가 적어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때 생겨나는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