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울리는 교묘한 알선소

  • 사회/교육
  • 노동/노사

이주노동자 울리는 교묘한 알선소

합법 입국자에 “사람 모아오면 일거리” 유인 불법체류자 고용 적발땐 책임 회피 '단속 사각'

  • 승인 2010-07-25 15:24
  • 신문게재 2010-07-26 7면
  • 이희택 기자이희택 기자
조선족 부부 유모(48)씨와 김모(47)씨는 지난 2008년 초 5년 취업비자를 발급받아 한국 땅을 밟았다.

이들은 외국인 등록증을 발급받는 등 합법적인 지위를 얻어 주로 배추밭과 약초밭 등 농촌현장을 돌며 생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9일 홍성에서 대전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불법 체류자에게 취업을 알선한 혐의로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을 압수당한 뒤 소환명령을 받았다.

결국 이들은 지난 23일 대전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조사를 받고 출입국관리법상 강제추방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조치를 앞두고 있다.

알선소로부터 일거리를 줄테니 8명으로 팀을 구성해 오라는 제안을 받고 나머지 6명을 불법 체류자로 모집한 것이 화근(禍根)이었다.

문제는 외국인 노동자 고용업체 및 취업알선소가 이처럼 합법적인 이주 노동자를 내세워 불법 체류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단속에 적발되면 이른바 팀장이 책임을 지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씨는 “수시로 작업장과 노동자들이 바뀌는 구조에서 일일이 불법체류자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었다”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대전이주노동자연대에 따르면 주로 건설현장과 농촌에서 이 같은 교묘한 고용방식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법적 허점을 파고든 이들 업체에 대한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않고 있어 물정에 어두운 합법적인 이주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결과만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전출입국관리사무소는 유모씨 부부가 연루된 사건과 관련된 업체 및 알선소에 대한 조사 등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용역업체가 불법 체류자 고용에 직·간접인 역할을 한 사실이 입증된다면 처벌이 가능하지만, 이를 밝혀내기가 쉽지않다”며 “이주노동자들의 기간연장 및 자격변경 신청 업무, 불법 체류자 단속 업무 처리에도 시간이 모자란 형편”이라고 말했다.

대전이주노동자연대 서민식 대표는 “이주노동자들은 이미 한국인들이 꺼리는 농촌현장 등 힘든 고용장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됐다”며 “현재 제한된 합법적인 이주 노동자 수를 더욱 늘리지않는 한 업체들의 이 같은 고용방식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희택 기자 nature28@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