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외국인 등록증을 발급받는 등 합법적인 지위를 얻어 주로 배추밭과 약초밭 등 농촌현장을 돌며 생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9일 홍성에서 대전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불법 체류자에게 취업을 알선한 혐의로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을 압수당한 뒤 소환명령을 받았다.
결국 이들은 지난 23일 대전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조사를 받고 출입국관리법상 강제추방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조치를 앞두고 있다.
알선소로부터 일거리를 줄테니 8명으로 팀을 구성해 오라는 제안을 받고 나머지 6명을 불법 체류자로 모집한 것이 화근(禍根)이었다.
문제는 외국인 노동자 고용업체 및 취업알선소가 이처럼 합법적인 이주 노동자를 내세워 불법 체류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단속에 적발되면 이른바 팀장이 책임을 지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씨는 “수시로 작업장과 노동자들이 바뀌는 구조에서 일일이 불법체류자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었다”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대전이주노동자연대에 따르면 주로 건설현장과 농촌에서 이 같은 교묘한 고용방식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법적 허점을 파고든 이들 업체에 대한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않고 있어 물정에 어두운 합법적인 이주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결과만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전출입국관리사무소는 유모씨 부부가 연루된 사건과 관련된 업체 및 알선소에 대한 조사 등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용역업체가 불법 체류자 고용에 직·간접인 역할을 한 사실이 입증된다면 처벌이 가능하지만, 이를 밝혀내기가 쉽지않다”며 “이주노동자들의 기간연장 및 자격변경 신청 업무, 불법 체류자 단속 업무 처리에도 시간이 모자란 형편”이라고 말했다.
대전이주노동자연대 서민식 대표는 “이주노동자들은 이미 한국인들이 꺼리는 농촌현장 등 힘든 고용장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됐다”며 “현재 제한된 합법적인 이주 노동자 수를 더욱 늘리지않는 한 업체들의 이 같은 고용방식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희택 기자 nature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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