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마법사 멀린의 후계자 ‘프라임 멀리니언’을 천 년 동안 찾아온 발타자. 그는 아홉살 데이브에게서 그 표식을 찾아낸다. 데이브는 운명을 거부하지만 10년 뒤 자신의 운명과 다시 마주한다. 사악한 마녀 모가나로부터 세상을 구해야 하는 운명.
어디서 본 듯하다고? 맞다. 월트 디즈니가 만든 걸작 애니메이션 ‘환타지아’의 에피소드 ‘마법사의 제자’ 속 명장면이다.
영화 ‘마법사의 제자’는 디즈니의 이 애니메이션에서 모티프를 빌려온다. 미키마우스가 연기한 말썽꾸러기 제자는 곱슬머리에 아는 거라곤 물리학뿐인 ‘2% 부족한’ 캐릭터로 거듭났다.
월트 디즈니 픽쳐스-제리 브룩하이며-존 터틀타웁-니콜라스 케이지. ‘내셔널 트레져’ 4총사가 다시 뭉쳐 마법이란 고전적인 설정에 현대적 감각을 불어넣었다.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마법대결은 부담 없이 볼만한 눈요깃거리를 제공한다.
차이나타운의 용, 크라이슬러의 독수리, 월스트리트의 황소 동상 등 뉴욕의 명물들이 생명을 얻어 날고뛰는 장면은 볼 만하다. 골동품 롤스로이스가 매끈한 페라리로 둔갑하고, 건물을 뚫고 달리는 자동차 추격신은 출근길 꽉 막힌 도심에서 지각을 걱정하는 도시 남성들이 한번쯤 상상해봤음직한 로망이다.
마법을 물리학으로 푸는 ‘재해석(?)’은 얄팍하지만 신선하다. 예를 들어 불을 지피는 마법은 ‘분자의 진동’을 극대화해 불을 붙인다는 설명이다. 당연히 분자를 눈으로 볼 수 있을 때야 가능한 일이지만. 전설적인 마법사 멀린의 후예 ‘프라임 멀리니언’이 물리학도인 것도 그래서다. 세상을 악으로 물들일 상대, ‘모가나파’의 후예가 스타 의식에 물든 록 스타라는 설정도 흥미롭다.
단조로운 스토리에 쫓기듯 황급히 결말을 짓는 얼개는 생뚱맞다. 마법도 수많은 영화에서 이미 봐왔던 것들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모든 게 조금씩 부족한 느낌이다. 익숙하지만 기발함과는 거리가 멀고. 아이들은 좋아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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