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국 건양대 교육대학원장 |
남아공 월드컵 열기가 막바지에 이를 무렵 우리나라에서는 한 베트남 신부의 죽음이 사회의 큰 이슈가 됐으며, 그 여파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살의 베트남 신부와 47살의 한국인 남편. 그런데 남편이라는 사람은 57회의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며, 희망을 찾아 한국에 시집 온 앳된 신부가 결혼한 지 8일 만에 남편에 의해 살해됐다는 점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리고 올해 초 캄보디아 정부에서는 자국 여성들이 한국 남성과 결혼하는 것을 잠정적으로 허락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우리나라에 전해오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극도로 낮은 출산율과 남녀 성비의 불균형, 인구의 도시집중화와 3D업종의 기피 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의 나이든 농촌 총각들이 중국,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태국 등 동남아의 젊은 여성들과 결혼하고 있으며, 외국인 근로자들을 데려와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고 있다. 대학들도 부족한 입학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외국학생들을 유치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많은 인종이 함께 사는 다인종국가이며, 우리가 출산율을 혁신적으로 늘리지 않는 한, 이들의 인구 비중은 점차 늘어날 것이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지만 이 중에서 결혼이주여성의 문제는 우리가 많은 관심을 갖고 시급히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결혼이주여성들과 이들이 출생한 자녀 및 재혼할 때 데리고 온 자녀들이 정상적으로 한국 사회에 잘 융화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시행해야 한다. 특히 이들의 자녀들 중 절반 이상이 공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진학하더라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재학률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물론 정부나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이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법무부는 사회통합프로그램을 통해 다문화가정의 부부를 대상으로 한국어 및 한국문화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고 있고, 여성가족부도 각 지역의 다문화센터들을 통해 각 지역의 결혼여성이주자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또 얼마 전에는 행정안전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각기 따로 해오던 다문화 가족에 대한 한국어 교육을 표준화하고 이들에 대한 혜택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협약을 맺는 등 행정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리고 각 지자체에서도 자녀를 둔 결혼여성이주자들에게 자녀 교육에 필요한 내용을 여러 나라 언어로 제작해 배포한다든지, 그들의 자녀들이 공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행정 처리를 쉽게 한다든지, 이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하는 등 많은 활동들을 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바라는 것은 다문화 가정의 문제를 총괄하는 기구를 통해 총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도록 하는 것과 현재보다 한 박자 내지 두 박자 빠르게 이러한 문제들을 위해 움직여 달라는 것이다. 이들을 배려하고 포용하는 우리 국민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절실하다. 우리 속담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이들의 문제를 단발적인 관심으로 대한다거나 무관심으로 대한다면 몇 년 전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흑인 폭동이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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