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국]건전한 다문화 사회를 위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병국]건전한 다문화 사회를 위해

[목요세평]김병국 건양대 교육대학원장

  • 승인 2010-07-21 14:19
  • 신문게재 2010-07-22 20면
  • 김병국 건양대 교육대학원장김병국 건양대 교육대학원장
2010년 여름 한 달은 남아공 월드컵 열기로 더욱 뜨거웠었다. 이번 대회 중 흥미를 끌었던 것 중의 하나가 좋은 경기력을 선보인 독일의 다문화팀이었다. 기존의 힘을 위주로 하던 팀 컬러에 개인기를 겸비시킴으로써 훌륭한 팀으로 만들었다는 평이다. 이번 독일 대표팀 중 절반 가까이가 폴란드, 터키, 가나, 브라질, 튀니지 등 외국계인데, M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은 세계화의 긍정적인 모습으로까지 평가 받고 있다.

▲ 김병국 건양대 교육대학원장
▲ 김병국 건양대 교육대학원장
사실 이번 대회에 독일만 다문화팀이었던 것은 아니다. 프랑스도 다문화팀이었다. 아프리카 국가 태생이거나 이민 2세들이 다수 포함됐다고 한다. 그런데 프랑스는 선수들과 감독, 코치 간에 갈등을 겪으며 참담한 성적으로 예선 탈락했다. 그렇다면 다문화팀이라고 해서 다 좋은 성적을 내는 것만은 아니다. 그 다양한 재능을 지니고 있는 선수들을 어떻게 통솔하는냐가 관건인 것이다. 그것은 주로 감독과 그를 도와주는 코치들의 몫이다.

남아공 월드컵 열기가 막바지에 이를 무렵 우리나라에서는 한 베트남 신부의 죽음이 사회의 큰 이슈가 됐으며, 그 여파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살의 베트남 신부와 47살의 한국인 남편. 그런데 남편이라는 사람은 57회의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며, 희망을 찾아 한국에 시집 온 앳된 신부가 결혼한 지 8일 만에 남편에 의해 살해됐다는 점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리고 올해 초 캄보디아 정부에서는 자국 여성들이 한국 남성과 결혼하는 것을 잠정적으로 허락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우리나라에 전해오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극도로 낮은 출산율과 남녀 성비의 불균형, 인구의 도시집중화와 3D업종의 기피 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의 나이든 농촌 총각들이 중국,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태국 등 동남아의 젊은 여성들과 결혼하고 있으며, 외국인 근로자들을 데려와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고 있다. 대학들도 부족한 입학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외국학생들을 유치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많은 인종이 함께 사는 다인종국가이며, 우리가 출산율을 혁신적으로 늘리지 않는 한, 이들의 인구 비중은 점차 늘어날 것이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지만 이 중에서 결혼이주여성의 문제는 우리가 많은 관심을 갖고 시급히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결혼이주여성들과 이들이 출생한 자녀 및 재혼할 때 데리고 온 자녀들이 정상적으로 한국 사회에 잘 융화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시행해야 한다. 특히 이들의 자녀들 중 절반 이상이 공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진학하더라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재학률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물론 정부나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이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법무부는 사회통합프로그램을 통해 다문화가정의 부부를 대상으로 한국어 및 한국문화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고 있고, 여성가족부도 각 지역의 다문화센터들을 통해 각 지역의 결혼여성이주자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또 얼마 전에는 행정안전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각기 따로 해오던 다문화 가족에 대한 한국어 교육을 표준화하고 이들에 대한 혜택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협약을 맺는 등 행정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리고 각 지자체에서도 자녀를 둔 결혼여성이주자들에게 자녀 교육에 필요한 내용을 여러 나라 언어로 제작해 배포한다든지, 그들의 자녀들이 공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행정 처리를 쉽게 한다든지, 이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하는 등 많은 활동들을 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바라는 것은 다문화 가정의 문제를 총괄하는 기구를 통해 총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도록 하는 것과 현재보다 한 박자 내지 두 박자 빠르게 이러한 문제들을 위해 움직여 달라는 것이다. 이들을 배려하고 포용하는 우리 국민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절실하다. 우리 속담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이들의 문제를 단발적인 관심으로 대한다거나 무관심으로 대한다면 몇 년 전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흑인 폭동이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3.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4.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5.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