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영 SK텔레콤 중부마케팅본부장 |
1982년 시카고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에서부터 설명이 시작된다. 당시 타이레놀은 존슨앤존슨 총매출의 7%, 순이익의 17%를 차지하는 효자 상품이었는데,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청산가리를 주입했고 이를 복용한 7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식품의약국(FDA)은 즉시 시카고에 유통된 타이레놀 전량을 회수토록 권고했다. 그때 존슨앤존슨의 회장이었던 존 버크는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정확하게 사건의 내용을 소비자들에게 설명한 뒤, 시카고만이 아닌 미국 전역에 유통된 총 1억 달러에 해당하는 타이레놀을 모두 회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존 버크의 진심어린 사과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서 선정한 '가장 완벽한 사과'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제품 포장에 대한 보완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한 3년 이후부터는 과거보다 더 높은 시장 점유율과 매출을 확보하게 됐다. 이런 투철한 기업윤리를 바탕으로 존슨앤존슨은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지금도 존슨앤존슨의 정책결정 과정에 빠지지 않는 단계가 있다고 한다. '빨간얼굴 테스트(Red Face Test)'가 그것인데, 자신이 내린 결정이나 행동이 자신의 가족에게 얼굴을 붉히지 않고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윤리적인지 스스로에게 자문토록 하는 과정이다.
둘째, 아쉬운 소통의 사례를 보자.
2007년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세계 1위의 자동차기업에 오르며 '도요타 웨이(Toyota way)'의 열풍을 일으켰던 도요타는 부품결함에 따른 지속적인 리콜 사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허술한 초기 대처로 세계최고 기업으로서의 명성과 이미지를 잃게 됐다.
그동안 미국에서의 도요타 이미지는 성공·젊음·세련됨이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열연했던 '그랜 토리노'라는 영화에서 잘 나가는 자동차 세일즈맨인 아들이 타고 다니는 도요타의 랜드크루저에 비해 한물간 퇴역군인역의 월트 코왈스키(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애지중지하는 그랜 토리노(포드사 1972년 모델)는 덩치만 큰 골동품 차의 이미지로 비춰진다. 과거의 영화를 그리워하는 미국 자동차산업의 아쉬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설정이다. JIT(Just In Time), 린방식, 종합품질관리(TQM) 등 이른바 도요타의 성공 방정식을 묶어 기업성공의 비법처럼 많은 관심을 받던 서적들은 지금은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다. 그렇지만 작금의 문제는 도요타의 고속 성장 혹은 성공을 가능케 했던 이러한 생산방식들의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병의 주요 원인인 소통의 부재에서 기인됐다고 본다.
도요타 생산방식의 핵심은 품질·납기·가격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반드시 이익을 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작업의 단순화 및 표준화를 통해 생산단위당 원가를 낮추고 구성원은 물론 협력업체들도 끊임없이 개선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효율중시 경영의 틀안에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커져가기 시작했고, 위기가 발생하자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다. 소통부족의 결과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자사의 이익에만 연연하고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 불편한 모습만 확인하게 된 것이다. 도요다 아키오사장이 눈물을 흘리며 상황 개선의 의지를 밝혔지만 소비자의 신뢰를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시오노 나나미는 '균형 감각'이란 두 극단의 가운데 가만히 서있는 것이 아니라 양 극단을 끊임없이 오가면서 최적점을 탐색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기업경영은 회사의 최대이익과 고객의 절대 만족사이의 양 극단을 끊임없이 오가면서 양 쪽 모두를 충족시키는 최적점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마케팅은 마켓, 즉 시장과 고객에 대한 끊임없는 분석과 소통을 통해 적절한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현재진행형의 동사(動詞)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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