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지금부터 쓰는 글들은 평소 필자가 가지고 있는 국악에 관한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밝혀둔다.
그 내용이 다소 독선적이고 편협 적이며 편견과 아집이 있다 하더라도 애독자 여러분의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길 부탁한다.
한국음악이라 함은 몇 가지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한국에 존재하는 모든 음악이 그것이고(Music in korea), 또 하나는 한국인의 음악(Music of korean) 일 것이다.
이 지면에서 말하고자 하는 음악은 후자의 것으로 한국인의 음악을 말하고자 한다. 즉, 반만년 긴 역사를 지닌 조그만 한반도에 대대로 이어져 현재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우리의 음악을 말하고자 한다. 이 음악을 우리는 '국악'이라 말하고 또한 그렇게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 국악은 우리 민족의 혼과 정서는 물론이며 민족성과 그 기질을 담고 있으며 아주 작은 지역 소수의 공동체로부터 한반도 전역에 이르는 민족의 역사적 애환과 희망, 그리고 추구하는 이상마저도 깊게 스며 있는 음악인 것이다.
'한국음악=국악', 이것은 어른, 아이부터 80세 이후 노인까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또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국음악은 우리 것으로 소중하게 지켜야 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가야금으로 연주한 '캐논 변주곡', 부산 아시안 게임의 공식 음악이었던 양방언(재일교포 작곡가)의 '프론티어(Frontier)'가 국악인가에 대한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있는 이는 몇이나 될까?
우리는 '한국음악', '국악'이라는 단어가 가진 가치와 소중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의미를 소홀하게 방치해 두고 있다.
국악대사전(장사훈 저)에 명시된 '국악'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한국음악의 준말, 나라 음악의 뜻…아악(또는 정악)·가곡·가사·시조·판소리·민요·범패 등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음악과 새로 작곡된 신 국악까지 포함한 총칭. 그러나 한국 작곡가에 의한 작품이나 한국말로 된 곡이라 할지라도 서양식 작곡법에 따라 작곡된 관현악·오페라 또는 현대 가곡 등은 여기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통례로 되어 있다.'
위의 인용문에서 알 수 있듯, 우리가 알고 있는 판소리·민요·산조·사물놀이와 국립·시립 국악단에서 연주되는 국악 관현악 등은 '국악'의 한 부류들이다.
'캐논 변주곡'·비틀즈의 '렛잇비(Let it be)'와 같은 서양의 유명한 곡들이 국악기로 연주되었다 할지라도 그것은 국악이라 할 수 없다.
반대로 서양의 오케스트라가 우리의 '아리랑'을 연주했다면 그것은 서양음악인가? 연주되는 악기 편성이 국악인가 아닌가의 기준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는 관점에서 볼 때, 서양의 악기로 연주했다 하더라도 우리의 전통적인 선율을 연주하는 것이므로 국악으로 볼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여기에서 또 하나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왜 한국음악을 꼭 국악으로 줄여서 호칭해야 하는가?
작금의 현실은 우리의 음악은 '국악'이란 호칭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불리고 '음악'이라함은 서양음악을 통칭해 부르고 있다.
이는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의 결여가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우리의 음악이 음악이라고 생각하고 호칭한다면 당연히 서양의 그것은 양악이라고 불려야 마땅하다. 실례로, 필자가 모 대학 국악과에 입학해 공부하던 중, 한국음악과는 국악과로, 서양음악과는 음악과로 과의 명칭이 된 바, 바로 위와 같은 생각으로 끊임없이 학교당국과 교육부(?)에 건의한 결과, 국악과는 한국 음악과로 개칭이 되었고 음악과는 서양 음악과로 자연스럽게 개칭된 예가 있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어머니들이 우리에게 “밥 먹어라”라고 하지 “한식 먹어라”라고 하지 않듯이, 완전 한국화가 되고 사회통념상 정장을 '양복'이라 하듯이 이제는 국악이라는 용어가 완전히 한국음악을 가리키는 용어가 되었을지라도 지금부터라도 그 용어를 한국음악=음악이라는 생각으로 바꾸어야 할 때다./박근영 (사)한국국악협회 대전시지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