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색의 화려하고 거친 붓터치… 작품 속 권력욕·폭력성 거침없이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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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색의 화려하고 거친 붓터치… 작품 속 권력욕·폭력성 거침없이 드러내

● 홍원석 개인전 '탐조등'展 인간의 어두운 욕망 '붓으로 밝힌다'

  • 승인 2010-07-20 14:14
  • 신문게재 2010-07-21 10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이번 홍원석 개인전은 롯데갤러리가 젊고 신선한 감각과 독특한 조형세계를 지니고 있는 지역의 젊은 작가를 발굴해 지원하는 창작지원전 2부 전시다.

이전 작품이 주로 개인적 경험과 판타지에 의존했다면 최근 작들은 원색의 대조로 화려하지만 불안과 공포가 짙게 서려있음을 작품을 통해 표현해 사회적인 상상력으로 확장된다.

사회라는 맥락 속에 위치한 타자를 지배하려는 권력과 인간의 내재된 어두운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더욱 거칠어진 붓터치, 더 많은 색조와 도상의 등장이 이러한 변화를 증거한다.

작품 '용산 미스터리'에서 투신하는 사람 앞에 펼쳐진 붉은 색 명편은 마치 붉은 하늘, 또는 이글거리는 용암처럼 보인다.

여기 떠 있는 작은 보트나 비행기 그림자는 침몰과 공습이라는 은유가 있다.

작품의 압도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붉은색의 배치는 이전의 작품에서 푸른색이 차지하는 위치와 비슷하다.

푸른색이 가졌던 고요함과 신비는 핏빛 투쟁과 이글거리는 갈등으로 대치되는 것이다.

이전에 멀리 보였던 경찰차나 구급차 등은 작품 전면에 배치돼 폭력적 현실을 나타내며 이전 전시상태에 비견될 만한 폭력적 장면이나 파국적 사건이 터지기 직전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홍원석의 작품은 불안과 공포를 자아내는 원인과 실체를 분명하게 표현했다.

동명의 영화에서 참조한 작품 '그랑 블루'는 멀리서 보면 돌고래와 춤추는 친구로 보이지만 함께 솟구쳐 오른 돌고래는 인간에게 허를 찔리고 있다. 엷게 처리한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는 이 은밀한 범죄의 목격자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어둠을 가르는 환상적 불빛은 인간의 어두움을 고발하는 탐조등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광기로 죽은 화가 반 고흐의 마지막 작품을 인용한 작품 '비행기가 나는 밀밭'에서는 상상으로 도피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지평선 위에서 날아오르는 까마귀 떼가 비행기 떼로 변모한 장면에서 밀밭은 노란 물감으로 줄줄 흘러내린다.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아래 서 있는 푸른 자동차는 악몽에서 탈주하기에 턱없이 취약해 보인다.

홍 작가의 작품에서 자동차는 주체의 상징적 대체물처럼 작동하면서, 주변세계를 구조화하는 역할을 하며 그 장면은 마치 자동차용 극장처럼 공간 전체가 스크린으로 펼쳐진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과거 작품제작의 근원이 됐던 개인적 체험을 넘어 폭력이나 권력 혹은 인간의 욕망이 충돌하는 공간들을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또 궁색한 현대 주거공간의 상징인 고시원이나 재개발을 둘러 싼 사회적 갈등이 드러나는 지형적 구조는 미로같이 복잡하고 상이한 이해관계에서 분출된 모순은 블랙코미디나 부조리 극 같은 맹목적 결말을 낳는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전달한다./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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