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은 자신이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다. 즉, 부모로부터 인정받는 일이다. 이런 의식이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만든다. 반대로 부모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 평가나 자존심에 결정적인 상처를 입어 ‘살아가는 힘’이 꺾여 버리고 만다.
자존감과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는 사람을 조숙한 아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은 언제나 다른 사람의 평가에만 신경을 쓰면서 살아가게 된다. 그러면 어떤 가족이 이런 조숙한 아이를 만드는 것일까? 바로 ‘기능부전 가족’이다. 자식 기르기란 태어나서 부모의 보살핌이 당연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갓난아기가 행복한 감각을 지닌 채로 사회성을 익혀가는 것을 지켜보는 과정이다. 그러나 기능부전 가족 속에서 자라는 아이는 부모에게 이 자존심을 빼앗겨 버리는 것이다.
부모가 하는 기능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품에 안는 것, 자식들의 행동에 한계를 설정하여 욕구 불만을 일으키는 것, 그리고 자식 떼어 놓기이다. 이중에서 ‘안아주기’만 강조되고 다른 두 기능이 무시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두 번째와 세 번째 기능은 아버지의 역할 비중이 많은 것이고 따라서 아버지의 역할 부재가 현대사회에서의 조숙한 아이 증가의 중요한 원인인 것이다.
두 번째 기능인 한계설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아이들은 부모에게 도전하게 된다. 어디까지 가면 부모가 안 된다고 할 것인가, 이렇게 하면 매를 칠 것인가, 그것을 시험하듯이 점점 확산되어 간다. 자식에게 체면을 손상당한 부모가 궁지에 몰려 폭력적으로 나오면, 아이는 그야말로 한계를 아는 것이 아니고 부모의 한계를 보았다는 기분이 든다. 그런 다음에는 한계를 설정해 주는 ‘환상의 부모’를 찾아 사회에 도전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반사회적 행동은 이른바 비행이지만, 아이로서는 부모를 찾는 행동인 것이다.
세 번째, 자식 떼어놓기는 어머니와 자식의 밀착관계를 끊는 역할이다.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끝없는 헌신은 아이들의 정신적 발달을 방해하는 수가 있다. 이것을 단절시키는 것은 아버지이다. 자녀를 키우면서 무조건 사랑으로 감싸기만 한다면 자녀는 사회의 한 독립된 인격체로서 자존심을 키우고 사회와 공감하면서 적응할 수가 없다. 따라서 아버지의 역할인 한계 설정과 단절을 위한 기능이 중요하고 적절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두 번째와 세 번째의 기능은 먼저 감싸 안기가 제대로 된 후에 가능하다는 것도 염두 해야 할 것이다.
이 책과 함께 나온 책이 ‘어머니가 변해야 가정이 행복하다’이다. 여성은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많은 책임을 짊어지게 되는데, ‘어머니’라는 역할에서 벗어나기 - 한 인간으로 독립하기 - 를 함으로써 가족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을 이야기한다. 가족을 위해 일만하는 아빠, 가족을 위해 자신을 버리고 희생하는 엄마, 부모의 기대에만 부응하려는 아이, 건전해 보이는 가족 같지만 진실하지 않은 관계. ‘부모의 기대’라는 폭력이 자녀에게 얼마나 큰 짓눌림인지를, 저자는 이것이 이 시대 부모들의 보편적인 자녀학대라고 이야기한다. 부모가 된 사람들이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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