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봉]부끄럽지 않게 부르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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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봉]부끄럽지 않게 부르는 이름

[시사에세이]유제봉 국제로타리 3680지구 전 총재

  • 승인 2010-07-19 14:13
  • 신문게재 2010-07-20 20면
  • 유제봉 국제로타리 3680지구 전 총재유제봉 국제로타리 3680지구 전 총재
“이것은 네 이름이지만 네 몸에 있는 게 아니라 남의 입에 달린 것이다. 남이 부르기에 따라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으며, 영광스러울 수도 욕될 수도, 귀할 수도, 천할 수도 있다. 이빨과 입술은 네 몸에 붙어 있지만 그 이름을 씹고 뱉는 것은 남의 입에 달려 있다. 그러니 너의 이름이 언제쯤이나 네 몸뚱이에 돌아올지 모르겠구나.”

매월당 김시습이 불도를 닦기 위해 속명을 버리고 법호를 따르길 원하니 스승인 큰스님이 박장대소하며 했다는 말이다. 스님이야 웃으며 말했다지만 듣는 매월당은 간담이 서늘해졌을 것이다.

사람은 그 어느 누구든 태어나면서부터 이름이 주어진다. 그 이름이야말로 자기 자신을 가장 극명하게 나타내주는 하나의 도구인 셈이다. 그러나 그 이름이 명예로울 때도 있지만 때로는 불명예스러울 때도 있어서 이름관리를 잘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인간은 죽을지라도 그 이름은 세상에 남겨지기 때문이다. 한 예로, 역사에 기리 남겨지는 국가 지도자라 할지라도 재임 중에 국가 통치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그 이름이 귀할 수도 천할 수도 있다.

작금에 엄청난 뉴스거리로 등장하고 있는 영포게이트 사건도 그렇다. 불법 민간인 사찰과 고위직 인사개입설이 나돌면서 당국으로 하여금 총리실을 압수수색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가 하면 연일 정치권이 일파만파로 요동치고 있지 않은가.

특히 야당공세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거세져 여당으로 하여금 곤혹스러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여당은 자체적으로 집안단속을 펴는 등 수비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다간 자칫 국론 분열은 물론 국민 불안 심리로 까지 이어질 우려마저 제기 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몇 사람으로 인해 최고 통치자인 대통령의 이름에까지 영향이 미치게 돼 그 명예가 크게 실추될 위기에 놓여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이름은 과연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세상에 자기이름을 명예롭게 남기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류의 행복증진을 위해 기여함으로써 명성이 널리 알려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세상을 살다보면 혹 실수라도 하게 될 경우 여지없이 자기의 이름이 남에게 씹혔다 뱉어지기도 해 이런 걸 상상만 해도 머리가 아찔한 일이다.

생각할수록 무서운 일이 아닌가. 나보다 남이 부르는 게 내 이름이지만 도무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자기 이름 관리다. 스스로 귀하다 외쳐봐야 남이 그렇게 불러주지 않으면 소용없는 노릇이 아닌가. 훌륭한 과학자나 발명가나 명의에게 주어지는 명성도 수많은 역경과 고난과 그리고 피나는 노력의 대가가 있었기에 자기 이름이 자연스럽게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하찮은 일가지고도 자기 이름을 드러내고자 안간힘을 쓰는 바보스런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록 전쟁터에서 자기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채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쳐가며 산화한 아예 이름이 묻혀버린 무명의 용사들도 있어서 이름에 대한 가치 기준의 양극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조금은 다른 의미에서 일지는 모르겠지만 구체적인 실명이 강조되지 않는 봉사자라 할지라도 우리의 지역사회에 기여하고자 할 때에는 자기 이름을 내세우기 전에 우선 욕심의 옷을 벗어야 한다. 즉, 말은 접어두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진정한 이름의 봉사자다. 그것이 엄청난 재물이어야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봉사라는 몸체 속에 진정한 열과 성이 담겨진 참사랑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렇지 못하면 봉사자란 이름은 끝내 허물과 껍질만 남겨지고 말 것이다.

어쨌든 자기에게 주어진 이름을 이름답게 구가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진심으로 행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선한 인간미를 마음껏 발휘하였을 때에 부끄럽지 않게 부르는 떳떳한 이름의 소유자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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