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태 목원대 음악대학장 |
신기한 것은 전 국민이 합창하는 이 응원가가 너무도 정교하게 들린다는 것이다. 남녀노소가 다 포함된 세계 최대의 합창단이 오케스트라나 혹은 특별한 반주와 지휘자 없이도 안정된 템포와 알맞은 음높이로 연주할 수 있다니!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도대체 이 응원가에 어떤 매력이 숨어 있기에 온 국민이 열광하고 일사불란하게 동참하게 하는 것인가? 어떤 이는 이것이 가능한 것은 군중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인 것 같다. 군중심리란 책을 쓴 귀스타브 르 몽은 '군중심리는 군중을 형성한 개인이 누구든, 그들의 생활양식, 직업, 성격, 지능이 유사하든 아니든 그에 상관없이 그들이 군중으로 변했다는 사실이 그들을 하나의 집단정신에 소속시켜 버린다'고 주장한다. 그의 학설에 비추어보면 극히 짧은 응원가가 순간적으로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자극해 통일된 반응을 보이게 하는 것은 일종의 군중심리에 기인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현상을 군중심리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필자는 군중심리 외에 음악적 관점에서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이 이 응원가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첫째, 가사가 주는 강력함이다. 음악에서 가사는 음악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대한민국'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단어다. 우리의 공통분모인 '대한민국'을 전 국민이 합창할 때 뜨거운 열정으로 가슴 벅차오르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둘째, '대한민국'에다 음악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리듬인 점4분 음표와 8분 음표, 그리고 두 개의 4분 음표를 조화시켜 '대~한민국'으로 만들고, 이것을 '짝짝~짝 짝짝'으로 손뼉을 쳐 응답하도록 함으로써 마치 익숙하게 알고 있는 것처럼 응원가에 쉽게 빠져들도록 만든 것이다.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리듬이다. 리듬은 시간과 공간의 질서요 조화다. 우리는 잠재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질서나 조화에 친근감을 보이기 마련이다. '대~한민국' 그리고 두 개의 4분 음은 음악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리듬을 접목시킴으로써 한번 들으면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고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편안하게 느끼는 템포가 있다. 그것은 심장박동인데, 수많은 응원단이 합창할 때 두 개의 4분 음의 템포는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래서 이 응원가를 한 번 들으면 왠지 익숙하고 친숙함을 느끼게 돼 반사적으로 그 안에 동화되는 것이다.
셋째, 여기에 우리 민족이 유전적으로 타고난 음악적 감수성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전통적으로 이어져오는 우리만의 독특한 놀이문화는 우리의 큰 유산이며 대한민국이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마다 신바람을 불어넣는 촉매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위와 같은 원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온 국민이 멋진 응원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자랑스런 우리의 태극전사들이 다음 월드컵에는 16강을 넘어 8강, 4강에 진출할 수 있도록 더 강력하게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을 합창하면 좋겠다. 더 나아가 이것을 음악적으로 더욱 진화시켜 월드컵의 응원을 넘어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는 데 활용할 수 있으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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