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의 뿌리가 되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사회지도층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크고 작은 기부가 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다. 더불어 개인이 공익재단을 설립해 사회에 기여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아직 걸음마 수준=우리나라의 개인 기부활동이 재해·재난 또는 연말연시에 치중돼 있어 기부가 자칫 일회성에 그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병윤 (사)국제교류문화원 이사장(목원대 무역학과 교수)은 “어릴 때부터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나눔의 삶을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우리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기부금을 처음으로 거둔 지난 1999년 기부금이 4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의 경우 연간 총 모금액이 61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지역에서도 기부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제도가 미비해 기업과 일반 시민들이 쉽게 기부를 하기만은 쉽지 않다. 남재동 (사)대전시자원봉사연합회장은 “국내의 경우 무조건적인 기업과 개인의 기부를 강요할 수는 없다. 기부자를 발굴하고 기부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AIST를 벤치마킹하자=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KAIST 발전재단의 기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KAIST의 기부는 소외계층을 돕는 나눔문화와는 다른 인재양성 차원에서 전개되는 프로젝트다. 이 학교는 KAIST 발전재단이라는 공익법인을 만들어 체계적인 기부 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성과도 크다. 서남표 총장이 부임한 이래 4300여명이 모두 1350억원을 기부했다. 적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500억원대를 기부하는 등 액수도 다양하다. 이들은 발전재단에 월정액을 약정하고 매년 기부를 하며 KAIST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발전재단측은 이 기부금으로 건물을 짓고,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인재양성 분야에 자금을 집행한다고 설명했다.
이 중심에는 서남표 총장이 있다. 서 총장의 적극성이 발판이 돼 기부자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지역의 기부 문화 확산도 서 총장 같은 역할을 할 기구나 사람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누군가가 매개 역할을 해야 기부 문화 확산이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KAIST 발전재단의 한 관계자는 “기부는 어려운 사람이나 약자를 돕는 것외에도 인재 양성을 위해 하는 등 종류가 다양하다”며 “남을 돕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확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주영·박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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