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숭동]성폭력에 대한 철학적 소고(小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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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숭동]성폭력에 대한 철학적 소고(小考)

[목요세평]한숭동 전 대덕대학 총장·(사)국제휴먼클럽 총재

  • 승인 2010-07-14 14:05
  • 신문게재 2010-07-15 20면
  • 한숭동 전 대덕대학 총장한숭동 전 대덕대학 총장
어제 오후 거래하는 은행에 가서 한 여성 은행원과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데 그 행원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 행원은 전화를 받으면서 무엇인가 마음에 놓이지 않는 말투로 딸 아이에게 당부를 하며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당부하는 것이었다. “학교 끝나면 교문 앞에서 학원버스로 학원에 가고 학원 끝나면 곧 바로 집에 가서 동네 아이들과 집 가까운 곳에서 함께 어울려서 놀라”며 신신당부하는 말이었다.

▲ 한숭동 전 대덕대학 총장·(사)국제휴먼클럽 총재
▲ 한숭동 전 대덕대학 총장·(사)국제휴먼클럽 총재
요즘 자고 눈만 뜨면 등장하는 뉴스나 보도는 성폭력과 관련된 성범죄 사건들이다. 대전·충남 지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초·중·고교의 여학생들이 성폭력 주요 대상이다. 성인이나 나이든 여성에 대한 성범죄가 다반사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범죄 수법도 갈수록 지능화·흉포화 되는 추세다.

학교나 주택가, 등산길이나 골목길에서는 물론 밝은 대낮에 놀이터나 학교 안에서 성범죄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으니 경찰 말대로 '성범죄와의 전쟁'은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한 핵심과제가 됐다. 성범죄가 빈발하다 보니 유치원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식을 둔 학부모들은 물론 성인이나 노인 여성들까지도 안전과 경계, 방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끔찍한 성폭력 피해 사건에 국민들의 분노와 염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도를 넘은 두려움은 심각한 대인 불신과 기피증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와 입법부에서는 최근 성폭력수사 전담제, 진술녹화제, 아동성폭력전담센터, 원스톱지원센터, 중대 성범죄자의 화학적 거세, 양형기준 대폭강화, 전자발찌 적용확대 등의 각종 제도와 정책을 보완하고자 하는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이젠 여성의 성폭력 예방의 차원에서 뿐만아니라 어린 여성의 일상적 생활의 안전이 보장받기 위해서도 주변적인 생활공간과 환경을 함께 아우르는 돌봄시스템도 필요하다.

최근 우리사회의 성폭력과 범죄에 대한 인식과 의식의 변화가 아주 가파르다. 성폭력과 범죄에 대한 관심이 피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공공의 문제로 관심이 대두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공동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성폭력과 범죄에 대한 관심과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긴 안목을 가지고 주변적 생활 문화와 철학적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큰 틀의 돌봄시스템과 그런 교육에 소요되는 예산과 인력을 대폭 확대하는 정부의 의지와 노력 그리고 투자가 절실히 요구된다.

안쓰럽고 가슴 아픈 성폭행 사건들 앞에서 분노하고 성토하는 것은 쉬운 일 일수가 있다. 가해자를 실컷 욕하고 강력하게 처벌한다고 해서 내 자식의 안전이 보장된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더욱이 처벌되지 않는, 처벌하지 못하는 가해자가 더 많다는 우리 사회구조의 현실은 형사 처분이나 법치의 한계적 모순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법의 처벌은 가해자가 죗값을 치른다는 것에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성폭력으로부터 안전을 담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남성 중심적이며 주류 문화는 가부장제를 유지하고 있다. 가부장적 권위는 천부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착각하고 있으며 기득권을 양보하거나 약자를 배려하는 데에는 몹시 인색하면서도 의사표시나 권리주장에 있어서는 언제든지 떳떳하다. 사람이 물격화(物格化)되며 생기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려는 철학적 고뇌와 결단 그리고 용기와 노력이 따르지 않는다면,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모든 여성들이 마음 놓고 안전하고 평화롭게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성폭력 없는 사회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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