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형]참 아름다운 자기와의 약속 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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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형]참 아름다운 자기와의 약속 이행

[NGO소리]이연형 천양원 원장·대전사회복지협의회 수석부회장

  • 승인 2010-07-14 14:02
  • 신문게재 2010-07-15 20면
  • 이연형 천양원 원장이연형 천양원 원장
'약속(promise)'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과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정해 두거나, 또는 그렇게 정한 것이라고 정의한다. 약속과 관련된 또 다른 단어로는 말로 하는 약속인 '언약'이란 말이 있다. 이 두 단어를 비교해 보면 약속보다는 언약이 좀 가벼운 듯한 뉘앙스가 있다. 그러나 종교적인 차원에서 살펴보면 약속보다는 언약이라는 의미가 갖는 무게가 훨씬 크다.

▲ 이연형 천양원 원장·대전사회복지협의회 수석부회장
▲ 이연형 천양원 원장·대전사회복지협의회 수석부회장
신이 인간에게 약속한 절대불변의 계약적인 약속을 언약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불교의 경전인 화엄경, 또는 법화경이나 다라니경의 내용에 어떠한 언약들이 내재돼 있는지 나는 잘 모른다. 그러나 기독교의 경전인 구약과 신약에는 하나님이 인간들에게 주는 확실한 언약이 있다. 즉 구약은 이 세상에 구세주를 보내주겠다는 약속이고, 신약은 보냄받은 그리스도가 세상의 죄를 지고 십자가 형틀에 죽임을 당했지만 부활한 후 심판주로 재림한다는 약속을 담고 있다.

이처럼 약속이란 다른 사람들과 언어로 또는 문서로 맺는 계약적 약속이 있는가 하면, 또 하나 더 자기 자신과 맺는 약속이 있다. 자기 자신과 맺은 약속을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렸다. 이 세상의 수많은 사건사고들은 불완전한 인간이 서로 만들어 놓은 약속을 깨뜨리는 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약속 어음이 깨지고, 믿고 있던 당좌수표가 부도나 오늘 이 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분통을 이기지 못해 쓰러지기도 한다.

정치권을 보자. 국가나 지방의 장래를 심사숙고하지 않고 사탕발림성 공약(公約)으로 표를 얻고난 후 그에 대한 책임을 질줄 모르는 정치인이 얼마나 많은가. 지지난 대선땐 충청권의 표를 의식해 투표일 4~5일전에 수도이전 공약을 내놓아 어느 특정 정파는 재미를 보았지만, 수도이전 문제가 위헌으로 판가름나자 공약(空約)이 돼버렸고, 급기야 이 문제로 국론이 분열돼 온 나라가 큰 갈등에 빠지기도 했다. 필자는 이러한 세태를 보면서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 두 인물에게서 교훈을 얻고 싶다.

일주일 전 육군항공학교에서 항공 준사관으로 임관한 전기엽 준위는 1992년 초등학교 4학년 때 폭우로 인해 50여명의 마을 주민들과 함께 익사직전의 상태에서 202항공대대 조종사, 서승철 준위의 긴급출동으로 구출됐다고 한다. 구출된 이 학생은 “나도 커서 위급한 상황에 있는 사람을 구조하는 헬기조종사가 되겠다”고 자신과 약속을 하게 되고 20년 만에 그 약속을 이뤄냈다. 참 멋진 사람이다.

또 다른 한 사람은 지난달 69세로 별세한 어린이재단의 고 김석산 회장이다. 김 회장은 6·25 전란 속에서 부모를 여읜 고아였지만 사회의 편견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큰 인물로 우뚝 서 소외된 자들의 모델이 되었다. 그는 한국 사회복지의 산증인이자 소외된 아이들의 아버지 역할을 해왔다. 1963년부터 48년간 어린이재단에 몸담으면서 지금까지 8300여명의 미아들에게 가족을 찾아 주었고, 152만여 빈곤아동의 자립을 도왔을 뿐 아니라, 2001년부터는 북한 어린이를 위해 70여억원을 지원했다.

또 캄보디아 등 동남아뿐 아니라,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수단의 아동들까지 지원했다. 'KBS 사랑의 리퀘스트'를 통해 난치병 치료비 지원, 빈곤가정지원 등은 대단히 큰 업적이다. 아동시설인 천양원에서 자란 고인은 어느 인터뷰에서 “나는 커서 나처럼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평생을 살겠다”고 자신과 약속을 했었노라고 고백했다. 장례절차를 지켜보면서 필자는 수 많은 조문객들이 그의 타계를 크게 슬퍼하고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처럼 사람이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대단히 아름다운 감동의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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