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크록' 이라는 장르가 있다. 보통 사람들에겐 좀 생소한 음악일 수도 있다. '펑크+록' 쯤으로 이해해도 될 겉 같다. '펑크 록'은 록(Rock)의 장르다. 나름의 역사도 있고, 그 색깔도 여러가지다.
대전에도 펑크록을 하는 밴드가 있다. 얼마 전 앨범을 냈다. 가수가 앨범 내는 것이 대단한 일이냐 생각할 수도 있다. 대형 소속사에 들어가, 스케줄 관리해 주고, 소속사가 입혀주는 옷 입고, 소속사가 만들어주는 노래 부르는 아이돌(걸) 그룹에게는 앨범 내는 일이 별것 아닌 일이다.
아이돌 그룹들도 피나는 연습들을 하겠지만 그래도 무명의 펑크록커들처럼 기타 하나 달랑 들고 하루 끼니를 걱정하는 처지는 아니지 않은가?
아이돌(걸) 그룹들을 깎아 내리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현실의 작은 단면을 이야기하는 것뿐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 역시 TV에서 걸그룹이 나오면 채널 고정하고 '헤벌레~' 하는 팬이다.
서론이 좀 길었다. 기자가 소개하려는 밴드는 펑크 록 밴드 '버닝햅번'이다. 이미 한 차례 소개한 적이 있지만 그리 유명하지 않으니 대개는 기억에 없을 것이다.
최근에 남아공 월드컵 응원도 불렀지만 황선홍 밴드에 처절하게 묻혔다. 그래도 그들은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우리도 조국의 16강 진출을 위해 이 한 몸 불살랐다고~"
물론 돈이 없어서다. 아아돌(걸) 그룹을 예로 들어서 좀 미안하지만. 요즘 아이돌(걸) 그룹 키워내고 음반 하나 만들어서 내보내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지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버닝햅번은 이번 앨범의 모든 과정을 자신들이 직접 했다. 팀 결성 이후 10년 만에 첫 앨범이 나왔다. 엄밀히 따지면 첫 앨범은 아니다. 얼마 전 앨범을 내놓은 적이 있기는 하다. 디자인부터 해적판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음반이다. 그러나 훗날 자신들의 공식 첫 앨범을 위해 그 첫 작품은 야산에 매장되어야 했다. 매장된 앨범에 실렸던 몇 곡은 이번 공식 첫 앨범에 실리는 '영광'을 안았다.
버닝햅번은 지난 10년 간 우여곡절이 많았다. 철없던 10대 시절에 만나서 듣도 보도 못한 노랫말 흥얼대며 거리를 누볐고 가죽 잠바도 아닌 밤무대 의상도 아닌 국적 불명의 옷차림에 닭 벼슬 머리를 하고 서울(홍대) 부산, 대전, 떠돌아다니며 부모님 속깨나 썩였다.
그러다 멤버들이 군입대 하면서 팀 해체 위기도 겪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한 멤버들은 팀 이름 바꿔 새 출발하기도 했으나 다시 버닝햅번이란 이름을 버릴 수는 없었다. 멤버들은 아르바이트와 직장생활 하면서 박봉을 쪼개 밴드에 투자하며 노래를 불렀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화려한 20대를 음악에 바친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들 대부분이 이런 길을 걷는다. 대개 빨라야 4~5년 길게는 10년 만에 음반을 내놓는다. 끝까지 음반 한 장을 못내는 그룹들도 있다. 인디밴드에게는 음반이 상품이 아인 것도 원인이다.
인디밴드의 음반에는 자신들의 노력도 들어갔지만. 오랜 세월 꾸준히 음악을 들어준 매니아 팬들의 열정과 후원자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들어가 있다. 리더 송원석은 첫 앨범을 출시하면 고마운 분들의 이름을 다 넣겠다고 다짐했지만 막상 10년이 세월이 흐르고 나니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아서 포기했다고 한다.
인디밴드에게 앨범은 이래서 소중하다. 가난과 무명의 설움, 기쁨, 보람, 열정,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이 녹아 있다. 세상에 그렇지 않은 음반이 어디 있냐고 반문하는 이에겐 이들의 타이틀 곡
'어릴 적 꿈꿨던 미래는 닿지도 않은 곳에 놓여있다는 것도 알았지만 나는 아직도 꿈꾸고 소중한 걸 지키며 그렇게 살아가지'
현실은 꿈과는 멀지만 그들은 여전히 꿈을 꾸면서 살고 있다. 흔하디 흔한 음반이지만 그들이 낸 CD는 그들의 소중한 꿈이다.
대전 출신 펑크 록 밴드 '버닝햅번'. 이제는 1집 가수다. 올해는 월드컵 응원가도 불렀고 다음 달엔 대한민국 락 최고의 축제 부산 록 패스티벌에서 부활, 크라잉넛과 함께 무대에 선다. 웬만큼 실력을 인정받지 않고서는 설 수 없는 무대다. 그 무대에서 대전의 인디밴드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기자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바란다. 버닝햅법과 같은 인디밴드들을 결코 뒷골목 지하에서 공연하는 딴따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은 철없는 어린 아이들이 만든 즉흥 밴드가 아니다. 오랜 기간 자신들의 음악적 재능을 키워온 전문 음악인이다.
마지막으로 남는 여윳돈 만오천원 정도 있으면 이들의 음반 한 장 사줬으면 한다. 비록 인디밴드지만 이들에게도 최저생계비라는 것이 있다. 기타줄 하나 갈아 끼워도 다 돈이다. /금상진(중도일보 인터넷방송국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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