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사람이 쓴 제주 올레 이야기이기에 더욱 화제가 되고 있는 이 책은 풍광의 아름다움에 대한 묘사에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풍광 뒤편에 숨어 있는 아프면서도 슬프고,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꺼내고 있다. 그동안 오름과 섬과 마을에 얽힌 사연들이 궁금해도 마땅히 물어볼 것이 없어 꾹 참고 지나쳐야 했던 여행자들에겐 반가운 길라잡이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 제주에서 가장 심한 욕은 '몽고놈의 자식'이라는 것도 역사적 배경을 들어가며 설명하기도 한다. 이 책은 제주 올레에 대해 다루지만, 이야기의 범주가 제주에만 그치지 않는다.
제주에 날개 달린 장사가 날 것을 염려해 황명을 받아 내려온 송나라의 호종단, 100년간의 몽골의 지배와 명나라의 병마 요구, 일본 군국주의와 알뜨르 비행장, 하멜과 효종, 기아에 허덕이는 제주도민을 살린 김만덕과 영의정 체제공 등 제주와 연관된 곳으로 선을 긋다 보면 어느덧 독자 자신에게도 선이 그어져 있다.
책 뒷면에 부착된 별책 부록은 올레 가이드의 바이블이다. 항공편부터 선박, 제주도 내 콜택시, 숙소, 맛집, 카페 등 1000여개의 정보가 빼곡히 들어 있어 든든한 여행가이드 역할을 한다. 컬처플러스/지은이 강민철/336쪽/1만5000원
/박은희 기자 kugu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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