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한 농부는 겉으로 보면 어리뜩해 보일 만큼 일밖에 몰랐다.
▲ 이태봉 충남여고 교장.수필가 |
그의 옷은 늘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고 옷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신체 부위는 흑인의 살색과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부지런한 농부가 해야 할 농사일이란 끝이 없다. 비가 자주 오면 배수로를 깊이 파 주어 물이 잘 빠지도록 해야 하고, 날이 가물면 농작물이 고사(枯死)하지 않도록 논밭에 물 대기, 수분 증발 억제용으로 비닐을 덮어 주거나 풀이나 짚을 지표면에 덮어 주기, 적기에 비료 뿌려 주고 농약 살포하기 등 농부의 손길이 닿지 않고 해결될 일은 없다.
그의 논밭은 늘 정돈이 되고 잡초가 자라날 틈이 없기에 콩, 고구마, 들깨, 수박, 고추 등의 밭작물과 논에 심은 벼 작황이 좋아 다른 집의 작물보다 윤기가 흐르고 잘 되었다.
그는 배움도 적어 특별한 영농법이나 지식이 없지만, 그저 우직스럽게 논밭이 그의 생활의 주 무대로 알고 그의 전부를 쏟아 부었다.
그가 흘린 땀과 소모한 에너지가 헛되지 않고 결실로 나타나, 가을 수확기에는 그의 논밭의 각종 작물들은 옹글게 영글어 수확량도 많고 품질도 뛰어나서 좋은 시세로 팔려 나갔고 그렇게 했어도 남은 곡식이 창고에 가득 쌓였다.
그는 배움은 짧아도 가진 것이 많고 신실하여 동네 사람들도 그를 업신여기지 않았다.
반면 게으른 농부는 되도록 논밭에 나가기를 꺼리고 더위를 피해 시원한 아침 저녁때만 잠깐 일하고 더운 한낮에는 시원한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낮잠에 빠져 버렸다.
그의 논밭은 잡초가 무성해 작물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거름도 제때 주지 않아서 농작물은 생기가 없고 병약하니 각종 병충해가 피해 갈 리 없다. 그는 농사의 흉풍(凶豊)은 농사꾼의 노력보다는 다 하늘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추수를 해 보니 수확량이 급감했다. 그는 자신이 실패한 농부라고 인정하고 자성하기는 커녕 긴 장마로 일조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댄다.
학생들이 학교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 두 타입의 농부와 비슷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평상시는 물론 여름방학 중에도 더위와 씨름하면서 방과후 학교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고 오후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서 부족한 교과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은 전자의 농부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이렇게 무더위 속에서도 여름 내내 열심히 땀을 흘리며 노력한 학생들은 영어와 수학 등과 같은 교과 창고에 실력의 알곡으로 넘쳐날 것이어서 보람과 기쁨, 행복감을 맛보게 될 것이다.
반면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낸 학생들은 자신의 곳간에 채운 것이 없으므로 공허함과 후회와 자기 자신에 대한 불만이 대단히 클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 학생들 중에는 시험을 잘못 보았을 때, “아이, 재수 없어!”라는 표현을 쓴다. 시험을 잘 보고, 못 보고는 노력 여하에 달렸다는 인식보다는 단순히 운(運)에 달렸다고 믿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 흘리는 땀방울이 자신의 삶에서 풍성한 수확의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한, 로또복권이 당첨되는 행운이 자신에게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면서 한없이 세월을 서성이는 젊은이들과 무시로 부딪힐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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