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기봉 한국특수메탈 대표이사 |
출근시간도 마찬가지다. 오전 8시 30분부터 근무시간이라고 하면 8시 정도에 나와 작업복을 갈아입고 오늘 해야 할 일을 체크하며 예상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위해 토론한다. “한국에서는 작업복을 집에서 빠는 것은 어려운 얘기다. 근무시간이 되어야 회사에 들어와 옷 갈아입고, 퇴근 30분 정도를 남겨놓으면 현장정리에 들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일본 공장관계자들은 이렇게 답한다. “그것이 바로 기업문화의 차이 아닐까요?”
기업의 문화를 얘기할 때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기업들이 있다. 구글과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스타벅스, 애플….
출산한 임직원에게 50만원까지 식사배달을 할 수 있는 혜택, 점심 식사는 고급 뷔페식당에서 무료로, 스낵 룸을 구비해 음료수·신선한 과일·땅콩 등의 다양한 간식 제공(이것 역시 무료), 경력 개발을 위한 학비지원, 근무 시간의 20%를 자신이 가장 관심 있고 하고 싶은 일에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20% 타임제 등은 잘 알려진 대로 구글의 기업문화를 엿볼 수 있는 부러운 대목이다.
그러면 노동자들은 모두 구글에서 일하고 싶어할까. 사실 그랬다. 구글은 2007년과 2008년, 포춘지 선정 일하기 좋은 기업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2009년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 1위를 차지한 회사는 1992년 설립된 데이터관리 솔루션업체인 넷앱(NetApp)사였다. 구글은 4위로 내려 앉았다. 금융위기로 구글이 대부분의 복지제도를 유지했지만, 직원의 스키여행·공연관람 지원금을 폐지하고 기념품의 할인을 축소한 것이 순위하락의 요인으로 꼽혔다. 종업원 5000여 명을 식구로 하는 넷앱의 기업문화는 세 가지의 특성을 갖는다. 우선 투명한 정보공개로 신뢰도를 유지했다. 경영방침과 현장의 이슈들을 전 직원이 공유하며 다양한 커뮤니티 채널로 회사의 이슈를 신속하고 평등하게 전달했다.
두 번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함으로써 지역사회에 기여했으며, 이는 직원들의 자긍심 향상으로 이어졌다. 넷앱은 전 직원에게 자원봉사를 위한 유급휴가를 지원해오고 있다. 정규사원은 연 5일, 파트타임 직원은 연 3일씩 유급봉사휴가를 주고 있다. 셋째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다. 상하·직위에 관계없는 평등한 복지혜택을 주고 있다. 세계의 유수 기업들이 기업문화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열린 기업문화'를 조직의 핵심경쟁력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꼭 필요한 기업문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스타벅스의 시스템을 내 회사에 도입한다고 해서, 혹은 혼다와 구글의 엔지니어를 스카우트 한다고 해서 조직의 문화가 달라지고 경쟁력이 곧바로 향상되지는 않을 것이다. 기업문화는 분명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만의 독창적이고 경쟁력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려면 소통이 먼저다. 일방이 아닌 모든 방향의 생산적 소통 말이다. 아울러 인간중심의 직무계발, 사업장내에서의 불공정성 배제, 신바람 부여 등이 합쳐진다면 우리만의 기업문화가 자리잡아 갈 것이다. 결국 직원과 회사, 그리고 지역사회 모두가 상생하는 문화가 곧 최고의 기업문화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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