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동교 한국미협대전지회장 한남대 교수 |
그동안 대전은 타지역과 마찬가지로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지역의 특수한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대전은 타지역과는 달리 이렇다 할 그 어떤 국제적 규모의 미술행사를 유치한다거나, 성공적 결과를 이끌어낸 적이 없다는 부분은 심히 유감스럽다. 그렇다고 지금 타지역에서 서로 경쟁하듯 생성되고 있는 비엔날레 일색에 대한 단순한 부러움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또 왜 대전에는 남들 다하는 비엔날레 하나 없는가 하는 반문만을 하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비엔날레의 진정한 역할이 보다 새롭고 진보적인 동시대적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고 검증하는 교두보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때, 이미 지역에서 개최되고 있는 많은 비엔날레의 사례들은 우리의 방향모색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지역에서 개최되고 있는 다양한 비엔날레에 대한 논의들과 평가가 있지만 도시브랜드 창출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일회성 위주의 진행 부분을 지적받아 온 것도 사실이다. 즉 지역에서 개최되는 만큼, 비엔날레의 정체성, 특수성과 다양성이 확보되어야만 진정한 지역미술을 위한 의미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지난 2008년 대전미술계에서는 그동안 전례 없었던 행사가 진행된 적이 있었다. 제1회 대전 물 축제를 맞이해 대전시민과 미술인이 함께 열어가는 대전미술축제가 그것이었는데, 대전문화예술의전당과 시립미술관 그리고 이응노미술관에서 남문광장, 수목원으로 이어진 일대에서 펼쳐진 축제였다.
대전미술인들에게는 화합의 장으로서의 역할·의미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의미는 미술인들만의 일방적 행사가 아닌 일반시민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였다는 부분에 있었다.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전면과 시립미술관의 파고라광장에서 남문광장으로 이어지는 공간에 전개된 체험부스전과 초상화거리, 아트벼룩시장 등은 시민들과 함께 즐기기에 충분한 공간이었다.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부터 시립미술관을 거쳐 남문광장과 수목원 그리고 평송청소년 문화센터로까지 이어지는 일종의 문화벨트로 형성된 공간은 전국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자산일 것이다.
연출공간과 전시공간이 함께 어우러져 있고, 문화적 시설과 함께 자연공간까지 전개돼 있는 곳은 일부러 만들기도 어렵다. 그런 공간이 미래 대전지역에서 개최될지도 모르는 국제적 규모의 행사나 비엔날레를 치러낼 하나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실제 국제적 교류의 장으로 활용될 충분한 역량이 되는 공간이다. 국제적 규모의 비엔날레 대열에 함께 하고 못하고의 문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앞선 타 도시의 다양한 사례와 우리 지역이 가진 활용할 수 있는 문화적 자산을 명확히 검토해보면서 미래를 기대해 보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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