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4강까지 올랐던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대회에서 히딩크 감독도 훈련과 경기에 있어 제일 중요시한 것이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선수의 기용과 팀의 운영이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의 행정에서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생각된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이 출발하는 민선5기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나름대로 기본과 원칙을 중시하는 행정을 펼치겠다며 포부를 밝히고 있다. 그만큼 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동감하며 부분적이긴 하지만 일선 행정기관에서 느끼는 점이 있어 언급을 하고 싶다.
최근 눈부신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우리의 생활패턴이나 행정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많은 일들이 전자화, 디지털화 되어 개인정보단말기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통해 자신에게 온 문서를 확인하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업무의 효율과 스피드를 향상시켜 행정성과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을 이용한 일처리는 종종 일의 핵심이나 본질, 기본을 망각하는 부작용을 발생하기도 한다. 신속함과 편리함, 유용성을 중시한 나머지 행정의 기본적인 업무절차와 기준을 무시하고 그 결과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심해지는 것이다.
내용의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각종 전자문서에 대한 기본적 처리절차의 미숙으로 적정한 의사결정과정이 생략된 채 추진되거나 방치되는 사례를 볼 수 있으며 또한 각종 업무관련 정보가 노출되거나 보안에 무방비인 상황에서 지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여러 면에서 우리보다 앞선 미국이나 일본을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각종 행정기관의 경우 자유분방한 분위기속에서도 업무처리절차 등 일의 마무리에 있어 상당히 기본에 충실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어찌 보면 그러한 것이 여러 면에서 앞서가는 나라들의 기본 요건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는 기본과 원칙의 중요성에 대하여 논하는 것을 대부분 원칙주의자로, 고지식하며 앞서가는 사람의 뒷다리나 잡는 행위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급한데 기본과 원칙을 따져가며 일할시간이 어디 있냐는 경우도 볼 수 있다. 기본질서에 충실한 바탕위에 각종 정보기술을 활용한 행정력이 실행될 때 더욱 신속하고 효율적인 힘을 발휘하며 튼튼한 경쟁력도 생길 것이다.
행정기관은 사람이 구성원이 되어 목표를 향해 가는 생명체이다. 당연히 반드시 지켜야할 기본과 원칙이 있다. 그러지 못할 때 앞서가는 행정기관이라 할 수 없을 것이며 주민들에 대한 행정서비스도 임시방편적인 말로만 하는 서비스가 될 것이다. 급격한 행정변화 속에서 주민과 조직 내 상호 신뢰할 수 있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해 나가려면 다소 불편한 절차와 어려움이 있어도 기본과 원칙을 지키려하는 의식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할 때 2002월드컵대회 이후 발전하는 우리나라 축구처럼 기초가 튼튼해지고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자치단체가 될 것이며 더 나아가 국가의 대외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김제만 대전동구청 위생과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