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던 백사장 파헤쳐지고…곰녀의 전설담긴 물길은 끊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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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던 백사장 파헤쳐지고…곰녀의 전설담긴 물길은 끊겨

[르포]1년만에 다시찾은 '금강 고마나루'

  • 승인 2010-07-05 18:30
  • 신문게재 2010-07-06 7면
  • 임연희 기자임연희 기자
본보 인터넷방송국(JDTV)이 지난해 동영상과 함께 10회 시리즈로 연재한 '가자! 백제세계문화유산으로-공주·부여 유네스코 등재 프로젝트' 취재차 답사한바 있는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21호 고마나루를 1년만에 다시 찾았다.

▲ 2009년 7월 촬영한 고마나루
▲ 2009년 7월 촬영한 고마나루
이곳은 지난 1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공주·부여역사유적지구 9개지구 중 하나인 고마나루 지구로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진정성과 완전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진정성이란 개발로 인한 문화유적의 훼손이나 변경, 임의적인 복원이 이뤄지지 않는 등의 질을 판정하는 것이며 완전성은 유산이 지니고 있는 속성이 주변과의 전체성 및 유산 자체로서의 본연성을 지니고 있는가를 판정하는 개념으로 세계유산 등재의 중요 기준이 된다.

그러나 1년 만에 간 고마나루는 여름 햇살을 받아 반짝이던 백사장 금모래와 곰녀의 슬픈 전설을 간직한 채 유유히 흐르던 푸른 물결 대신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포클레인과 트럭의 굉음으로 아파트 공사현장을 방불케 했다.

고마나루는 백제 문주왕이 웅진 천도 시 이용했던 교통로였으며 660년 나당연합군의 당나라 장군 소정방이 백제 공격을 위해 금강을 거슬러 와 주둔했던 곳으로 백제 역사의 중심무대이자 국제적 교통의 관문이었다.

특히 처녀곰과 나무꾼 총각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전설은 금강변에 넓게 펼쳐진 백사장과 수백여 그루의 솔밭이 어우러져 고마나루의 역사문화와 경관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

공주시는 고마나루의 역사성을 학술적으로 구명하고 훼손된 자연경관을 복원정비한 후 지속적으로 원형보존 관리하기 위해 지난 2008년 정비기본계획을 세웠는데 4대강 공사로 계획 자체의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 4대강 사업 공사로 파헤쳐진 현재모습
▲ 4대강 사업 공사로 파헤쳐진 현재모습
당초 계획대로라면 백제수도의 관문이자 국제적 무역항으로서의 역사성을 회복하기 위해 나루터를 복원해야하는데 나루터로 추정되는 백사장 바로 아래 건설 중인 금강보로 인해 수위가 현재보다 4m가까이 높아져 백사장 자체가 사라질 처지다.

또한 금강 7공구 금강보 공사로 인해 백사장 곳곳이 파헤쳐지고 물길이 끊어져 백제 웅진시대 중국, 일본, 고구려, 신라의 문물이 유입되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데 기여한 동북아시아 문화 기반을 이룬 나루터의 위치를 확인하는 일은 영원한 숙제로 남게 됐다.

이에 대해 향토사학자 이정훈(68·공주시 신관동)씨는 “고마나루는 공주의 옛 이름(웅진)의 기원이라는 점에서 공주의 상징적 장소일 뿐 아니라 곰이 한국인의 민족적 정서를 상징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족적 상징성이 큰 공간”이라며 “백사장엔 먼 옛날 암곰이 나무꾼을 잡아다 남편을 삼았으나 나무꾼이 도망가자 강물에 몸을 던졌다는 애잔한 전설이 깃들어 있는데 전설도, 자연도 모두 잃는 게 슬프다”고 말했다.

한편 너비 400m, 높이 7m로 만들어지는 금강보는 현재 41%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데 보가 완공되면 이곳의 관리 수위는 현재 4.74m에서 8.75m로 높아져 공주의 상징인 고마나루 백사장 7만2000㎡의 90%인 6만4800㎡가 물에 잠기게 된다. /임연희 기자 lyh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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