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승철 을지대병원 류머티스내과 교수 |
일반적으로 고혈압이란 동맥 안의 압력이 높아지는 상태로 140㎜Hg 이상일 때 진단 되는데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의 30%가 고혈압 환자로 세 명이 모이면 그 중 한명은 고혈압 환자다. 동맥은 산소가 풍부해 선명한 빨간색으로 보이고 정맥은 산소를 빼앗기고 찌꺼기만 남아 피부를 통해 파란색으로 보이는데, 우리 몸의 동맥 중 유일하게 파란 피가 흐르는 혈관이 있으니 그 것이 폐동맥이다. 전신의 동맥과는 상관없이 폐동맥에만 혈압이 올라가는 병이 있는데 그 것이 바로 '폐동맥고혈압'이다.
아무 이유없이 발생하기도 하나 많은 환자들은 전신성경화증, 루푸스, 류머티스관절염 등의 류머티스질환에 걸린 이후 합병증으로 발생하게 되며 갑상선질환, 폐질환, 간질환 또는 다이어트를 위한 식욕 억제제의 부작용으로 폐동맥고혈압이 생기기도 한다. 폐동맥고혈압은 전신 고혈압과 달리 인구 10만명 중 3~4명에서 발생하는 매우 드문 병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고 질병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았었다. 아직까지 폐동맥고혈압을 완치하는 방법은 없지만 질환의 원인과 진행에 대한 연구로 새로운 치료제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으니 다행스러운 소식이다. 이제는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한다면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을 만큼 조절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최근 가장 각광 받는 치료제가 바로 '보센탄'이란 약이다.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증상개선 및 생존기간 연장 효과가 입증되었다. 이밖에도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가 폐동맥고혈압 환자에서 효용성이 여러 연구에서 입증되었다. 비아그라는 애당초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되었던 약인 만큼 폐동맥고혈압에 치료 효과가 있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겠다. 비아그라 이후에 개발된 또 다른 발기부전제 시알리스도 폐동맥 고혈압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최근에 발표됐다. 이런 희망적인 소식에도 환자들은 기뻐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폐동맥고혈압 치료제는 증상이 호전되었다 하더라도 일반 고혈압 약이 그러하듯 평생 복용해야 하는 약인데 한달 복용 비용이 300만원 가량으로 이제 막 가정을 꾸려가기 시작한 여성에게 큰 경제적 부담이 되고 있다. 다행히도 폐동맥고혈압은 희귀난치병으로 분류돼 정부로부터 치료비 지원 혜택을 받아 본인 부담금이 10%로 낮아져 과거보다는 환자들의 부담이 줄어들었으나 증상이 악화된 환자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적용되어 초기 폐동맥고혈압 환자는 약제 비용 전액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또 다른 약물인 비아그라는 보험에도 적용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높은 가격으로 아직도 사용이 요원한 상황이다.
류머티스질환으로 폐동맥고혈압이 발생한 경우 약 40% 환자가 진단 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한다. 여유를 갖고 보험 적용 여부를 고려해 보기에는 너무도 시간이 없다. 우루과이전 마지막 시간을 얼마 안남기고 가용한 선수를 총동원 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는 만큼 현재 가용한 폐동맥고혈압 약제는 사용해 볼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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