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 내린 비는 5~30㎜로 예상보다 적었지만 금강의 수위는 조금 높아진 상태였다.
비가 그친 뒤 공사가 재개됐지만 위험한 장면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법정 홍수기인 7~9월은 하천 내 공사가 제한돼 있지만 수십대의 포클레인이 강 주변 곳곳에서 흙을 퍼냈고 트럭은 쉴새없이 강을 오가며 퍼낸 모래 등을 실어날랐다.
하천 정비를 위해 정리를 마친 강 주변은 기존의 수풀이 대부분 제거돼 누런 흙이 모습을 드러낸 상태였다. 수풀이 사라진 모래는 응집력을 잃어 그대로 금강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았다. 토사가 갑자기 강으로 유입되면 하천 생태계 파괴를 유발하게 된다. 공사 시에는 토사 유입 방지를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었지만 4대강 살리기 공사장 주변이 집중호우와 태풍의 위험에 대한 대비가 늦어지고 있다. 3일 충남 연기군 금남보 공사현장에서 가물막이 철거작업이 끝나지 않아 중장비와 공사차량이 분주히 움직이며 철거작업을 서두르고 있다./연기=이민희 기자 |
한켠에서는 이같은 토사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녹지 사업도 한창이었다. 경사면에는 이제 갓 자란 수풀이 녹색 잎을 드러냈지만 흙의 유실을 방지하기에는 아직 힘이 모자랐다. 빠른 성장을 위해 퇴비를 뿌려놓아 성장을 기다릴 뿐이다. 하지만 퇴비는 비로 강에 쓸려내려갈 경우 부영양화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까지 보 설치를 위해 둘러쌓은 가물막이를 모두 철거할 예정이던 금남보 설치 현장은 더욱 위험했다.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가물막이는 수면과 맞닿아 있었고 가물막이 안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수위가 높아질 경우 인명피해까지 우려됐다.
이밖에도 곳곳에 건설자재가 방치돼 있어 장마철 갑작스런 폭우가 내릴 경우 각종 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보였다.
금강을 따라 공주에 이르러서도 사고 위험은 높았다. 공주시 검상동에서 진행 중인 금강지구에는 대규모 준설토가 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었다. 이곳은 금강 준설과정에서 나온 모래 60만㎥가 쌓여 있었다. 금강 살리기 사업 지구 내에 16곳의 준설토 적치장 가운데 최대 규모이며, 유일한 하상 준설토 적치장이다.
이미 금강 폭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폭우가 쏟아져 강물이 불어날 경우 물의 흐름을 막아 강 범람 등의 피해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부장은 “비가 적게 내려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언제 장맛비가 내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사를 계속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토사와 퇴비의 유입으로 강 생태계에도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우선 공사를 중단한 뒤 공사의 타당성을 재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이시우 기자 jabd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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