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희 언론인 |
그런 정치판이라면 신신애의 말마따나 잘난 사람은 잘난 만큼 못난 사람은 못난 만큼 자기의 눈높이만큼 바라보며 자기에게 주어진 길을 분수껏 살아가면 된다. 누구를 해코지 하거나 이분법적으로 사회를 두동강이 내려는 악의적인 의도가 없다면 요지경속 정치는 어쩌면 한번쯤 함몰해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그런 정치판에서는 혁명의 붉은 횃불을 볼 수가 없다.
민주당이 입만 열면 독재자라고 비난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좌파 시장, 도지사, 군수, 심지어는 교육감마저 수두룩하게 당선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독재자라면 그는 눈도 멀었고 귀도 막혔고 입도 벙어리라야 한다. 어떤 어리석은 독재자가 좌파 정치가 교육자가 활개치는 것을 두 눈 멀뚱멀뚱 뜨고 바라보고만 있겠는가.
민주주의가 차고 넘치는 것이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정부시책에 대해 단 한건도 동의하거나 눈감아 주는 일이 없다. 사사건건 비민주적이요 국민을 이간시키는 짓이라고 비난한다. 그가 텔레비전에 나타나면 그가 하는 말을 더 듣지 않아도 뻔히 안다. 천안함이 북한에 의해 피격당해 아까운 젊은이들이 순국했는 데도 국회의 대북비난결의안에 한나라당과의 동참을 거절한 아주 독한 친북주의 정당이 아닌가. 사회철학자 카를 포퍼(1902~1994)는 '젊어서 마르크스주의자가 되어 보지 않은 자도 바보요, 나이 들어서 마르크스주의자로 남아있는 자도 바보'라는 유명한 경구를 남겼다. 그러나 요즘 우리나라 일부지식인들은 마르크스주의자로 남아 있는 것을 훈장처럼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신문이나 TV에 출연하여 대통령을 비난해야 그의 커리어가 빛나는 듯 다투어 반정부 투어에 몸을 던진다.
나는 붉은 깃발을 들고 사회를 교란하고 정부를 공격하고 촛불시위를 부추기며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는 좌파 전위대들을 보면 경이로움을 뛰어넘어 전율을 느낀다. 그들은 응집력이 강하다. 하나의 명제가 주어지면 좌파 계통의 사회단체 학생, 주부, 기자, 정치인들이 똘똘 뭉친다. 마치 벌떼같이 달려들어 파상공격을 하면 우선 여론전쟁에선 그들이 승리하게 된다. 좌파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좌파들은 모두 그 방면에 프로다. 아마추어 백면서생 우파 지식인들은 응집력도 투쟁의욕도 없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식이며 판세가 우파에게 유리하게 전개될 기미가 보이면 나타나 판세를 흔들어 보려고 육갑을 떤다. 일찍이 칸트는 '법의 정신'서문에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회색빛 황혼을 찾아 난다'고 갈파했다. 지식인들은 모든 사태가 종료 된 뒤 나타나서 자기 몫의 파이를 요구한다는 뜻이리라.
이대로 가면 보수세력은 어렵사리 찾은 정권을 차기에는 잃게 된다. 좌파들은 여론조작의 선수들이며 포퓰리즘의 원조들인 데다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처럼 허약한 국민의 정서를 파고들어 이 정권을 무너지게 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지금처럼 분열하여 지리멸렬의 늪에서 헤맬 경우 다음 정권을 민주당이 차지하게 된다. 아니면 내 열 손가락에 장을 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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