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대전충남병무청 등에 따르면 1급 시각장애인 박 모(20)씨는 이날 낮부터 오후까지 대전충남병무청에서 징병검사를 받았다.
박씨는 사물을 제대로 보지도 인지도 할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이지만 관련법에 따라 징병검사 대상이다. 혼자서 징병검사를 받을 수 없었던 박씨는 이날 부친과 모친과 함께 징병검사장에 나왔다.
문제는 징병검사 첫 관문인 인성검사 때부터 불거졌다. 인성검사는 병역 이행에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검사로 “평소 운동을 좋아하느냐.”라는 식의 질문 180여 문항으로 이뤄져 있다.
컴퓨터 모니터 질문을 보고 손가락으로 모니터를 터치, 답하는 형태다. 질문을 읽을 수도 답할 수도 없었던 박씨는 부모가 질문을 대신 읽어주고 표기해주는 식으로 검사를 진행했다.
지켜보기 안쓰러운 모습이 연출됐고 이 같은 광경은 차례를 기다리던 다른 검사자들에게 모두 노출됐다. 수치감을 느낀 박씨 부모는 도우미 역할을 그만두고 병무청 측에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라며 항의했다.
그러자 병무청은 부모를 대신해 전담 직원을 박씨에게 붙여 인성검사를 끝까지 마쳤고 다른 검사들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했다.
박씨 부친은 “안타까운 장면이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아들뿐만 아니라 부모로서 심한 수치감과 모욕감을 느꼈다”며 “장애인들의 배려가 부족한 이런 방식의 징병검사는 너무 가혹하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대전충남병무청 관계자는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순서를 앞당기는 등 최대한 배려를 제공하고 있지만 병역면탈 등의 폐해를 막기 위해선 면밀한 검사가 불가피하다”며 “당사자 부모의 요청을 받은 뒤에는 전담 직원을 배치해 나머지 검사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날 당사자 및 부모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며 본청 차원에서 징병검사 시 장애인 불편과 수치감 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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