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호]'동물학교 이야기'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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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호]'동물학교 이야기'의 교훈

[기고]경일호 대전교육과학연구원장

  • 승인 2010-07-01 14:19
  • 신문게재 2010-07-02 20면
  • 경일호 대전교육과학연구원장경일호 대전교육과학연구원장
옛날에 동물나라 동물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 회의주제는 다가올 미래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회의결과 그들은 학교를 세워 미래사회 적응에 필요한 내용을 동물들에게 교육하기로 하고 교육과정을 편성했다.

▲ 경일호 대전교육과학연구원장
▲ 경일호 대전교육과학연구원장
교과목은 달리기, 헤엄치기, 나무 오르기, 날기 등으로 전 교과목을 평균점 이상 획득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오리는 수영과목에서 성적이 뛰어났다. 그러나 오리는 날기 과목에서 겨우 낙제점을 면했다. 달리기 과목은 더욱 형편없었다. 오리는 달리기과목의 성적이 낙제점이라서 방과 후에 남아 특별지도를 받느라 수영과목은 포기해야했다. 결국 오리는 달리기 연습을 너무해서 물갈퀴가 손상돼 수영과목에서 조차 평균점을 얻을 수 없었다.

달리기의 천재 토끼는 달리기 과목에서 단연 선두다. 토끼는 당당하게 학교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수영과목의 기초를 배우느라 너무나 많이 물속에 들어간 나머지 신경쇠약증에 걸려 병원 치료를 받는 신세가 되었다.

다람쥐는 나무 오르기 과목에선 단연 선두다. 그러나 날기 과목에서는 교사가 땅바닥에서부터 시작하지 않고 나무 꼭대기에서부터 날기를 시키는 바람에 다람쥐는 좌절감만 커져 갔다. 또한 무리한 날기 연습으로 근육에 쥐가 나 나무 오르기 과목에선 '미', 날기 과목에선 '양'을 받았다.

독수리는 문제아였다. 나무 오르기 과목에서는 큰 날개를 퍼덕여 다른 학생들을 방해하는 바람에 자주 지적 받고 혼났다. 그래서 독수리는 교사에게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게 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그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위 이야기는 교육학자 리브스(R. H. Reeves)박사의 '동물학교이야기'의 일부다.

우리 학교 교육을 살펴보자. '동물학교 이야기'와 무엇이 다른지. 오리는 뭍에서 엉덩이를 뒤뚱거리며 제법 달리기도 하고 물에서는 여유롭게 수영도 잘한다. 급할 때는 날개를 이용해 날기도 한다. 그래서 오리는 평균적으로 볼 때 매우 우수한 학생이다. 그러나 오리의 여러 가지 재능 중 가장 뛰어난 것은 수영이다.

그러면 교육은 어떠해야 하는가. 동물학교처럼 모든 과목을 평균적으로 잘하는 평균인 양성 교육에 힘써야할까? 물론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기초교육은 도구로서 반드시 익혀야한다. 그래서 교육과정에서 최소 성취기준을 제시하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어떤가. 혹여 우리 모두가 평균점을 올리는데 매달리고 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동물학교 오리처럼 달리기 성적을 높이기 위해 특별보충 수업과 학원 과외로 결국은 물갈퀴가 찢어져 자기의 특기인 수영에서 조차 낙제점을 받아 좌절하는 오리가 되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교육을 책임진 모두는 솔직하고 용기 있는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교육과학기술부를 포함한 교육청, 학교, 학부모 등 사회 전체가 해당된다.

이달에는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실시된다. 평가결과는 '보통이상', '기초학력', '기초미달' 등 3단계로 구분되어 공개된다. 학교와 학생들은 당연히 코앞에 닥친 '보통이상'의 학력 비율을 높이기 위해 몰입할 것이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은 자기의 소질과 적성인 물갈퀴(헤엄치기)는 손상될 수밖에 없다.

교성(敎聖) 페스탈로치는 교육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교육은 발달을 애타게 기다리는 학생들의 잠재능력을 깨우는 일'이라고.

학업성취도 평가는 하나의 교수·학습과정으로 꼭 필요하다. 다만 평가가 평가의 본래의 역할과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실시되고 활용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가의 역기능으로 우리 학교도 '동물학교 이야기'처럼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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