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구성원들 상당수는 총장 선임 결정권을 쥐고 있는 정부와 이사회, 내부 구성원(학생·교수·직원)들간에 '원활한 소통'이 있어야 한다는 부분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KAIST 이사회는 정부와 관련된 인사, 거액 기부자, 총장 지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총장을 포함해 19명으로 구성된 KAIST 이사회는 대기업 대표와 임원(6명), 현 총장 재임시절 거액 기부자 5명, 정부 관료(교과부·지경부·기재부) 3명, 학계 3명, 변호사 1명 등으로 꾸려져 있다. 학교 내부 인사는 총장뿐이다. 총장을 제외한 18명의 이사가 외부 인사이다 보니 특정의 '힘'이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KAIST 이사회 관계자는 “정부나 이사들의 추천을 받는 인사를 이사회에서 선임하고 교과부 승인을 받다보니 정권에 따라 구성원들의 성향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사회가 정권 교체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사회 구성이 이렇다 보니 학교 내부 여론을 제대로 읽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게 학교 일각의 걱정이다.
KAIST 교수협의회 회장을 역임했던 한상근 교수는 “최순달 교수 이후에는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한 내부 교수들이 없다”며 “다른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평의회 제도 도입이나 교수 대표 등을 이사회에 참여시켜 내부 여론을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총장선출 과정에 학교 내부 대표자의 참여는 교수협의회장이 유일하기 때문에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후보 3배수를 정하는 5명의 총장후보선임위원 가운데 교수협의회장 1명이 포함되는 것이 고작이기 때문이다.
KAIST 교수협의회는 지난 1994년 이후 총장후보추천위원회(총추위) 활동을 통해 고 심상철 원장부터 2001년 홍창선 총장 선임까지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러플린, 서남표 총장 등 외부 인사 총장 선임 과정에서는 교수협의 의견이 적절하게 반영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 이사회는 지난해 교수협과 협의 없이 총추위와 유사한 '총장발굴위원회'를 신설, 공모제와 함께 총장후보 추천제를 병행한다고 밝혀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학교 구성원들은 학교 내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시스템으론 KAIST는 총장 선출 때마다 커다란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민주적인 절차로 총장을 선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래서 커지고 있는 것이다.
김정회 교수협의회장은 “이번 총장 선임에 있어서 대학 구성원과 이를 대변하는 교수협의 수렴된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할 것”이라며 “정부, 이사회, 학교 관계자 모두 순리에 따라 공정한 모든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난달 배포된 교수협의회보를 통해 밝혔다./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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