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철]축구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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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축구의 기원

박영철 대전예술고 이사장

  • 승인 2010-06-30 14:17
  • 신문게재 2010-07-01 20면
  • 박영철 대전예술고 이사장박영철 대전예술고 이사장
월드컵은 4년 마다 한번씩 오는 세계인의 축제다. 우리도 단순한 관람자로서가 아니라 어엿한 주체로서 둥근 공을 가지고 겨루는 대회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렸다.

▲ 박영철 대전예술고 이사장
▲ 박영철 대전예술고 이사장
축구는 영국의 민속적 전통에 기원을 두고 있다. 시골 땅 몇 에이커를 가로지르는 것으로 진행된 민속 축구는 난동 그 자체였다. 1576년의 어느 기록에 보면 축구는 공을 차는 만큼이나 상대방을 걷어 차는 것이 유용한 전략이었다고 한다. 18세기 이전의 축구는 지방의 관습에 따라 각기 다른 규칙이 적용 되었는데, 어느 지역에서는 발차기가 주된 형태였고, 또 어느 지역에서는 들고 달리기가 허락 되었던 지역도 있었다.

19세기 들어 출현한 영국 사립학교식(우리의 중고등학교) 축구 역시 민속 축구만큼 폭력적이었지만, 1830~40년대 사립학교 개혁 후 점차 덜 거칠어 지면서 규칙 같은 것들이 생겨나게 된다. 사립학교 출신의 케임브리지대 진학생들이 축구 클럽을 결성한 1840년 이후 영국 전역의 대학과 중등학교로 축구는 인기를 얻게 된다. 축구의 규칙은 위의 케임브리지 대학생들이 각기 모교의 규칙을 종합해 규칙을 정했는데, 이전에는 이튼, 해로우, 윈체스터, 럭비 같은 학교들이 각자의 규칙을 따로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 케임브리지 규칙은 오늘날 축구 규칙의 초안이 되었고, 이후 1857년 제정된 일반인들의 축구 규칙이나 1863년 만들어진 사립학교와 수도권 클럽 대표들의 축구협회 역시 케임브리지 룰에 근거했다. 여기서 손의 사용이 완전히 금지 됨으로써 축구와 럭비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이 후 1880년 축구협회가 지역 축구연맹들을 아우를 때까지 약 20년 동안 규칙의 혼란은 계속 되었다.

영국의 명문 사립 슈루즈버리의 교장같은 인사들은 축구에 대해 “백정의 자식에게나 어울릴 만한 운동”이라고 폄하 했으나 그 인기를 더해 갔고, 이 후 사립학교나 중산층에 국한 되었던 축구는 20세기 들어 노동계급의 스포츠로 정착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축구의 상업화가 일어나기 시작하고, 프로 축구는 급속한 성공을 거두게 된다. 1909년 잉글랜드에서만 토요일 오후에 100만명이 축구경기를 관람했다. 정확한 스포츠 산업의 자금규모는 알 수 없지만, 당시 추산에 의하면 1895년 국내 총 생산의 3% 수준이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스포츠의 프로화는 많은 스포츠의 아마추어리즘을 중시하는 영국의 젠트리 계급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영국의 권위있는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언제나 순수한 아마추어리즘 옹호자로 인정받아 왔던 영국의 스포츠가 상업화로 타락하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모든 경기에서 꼴찌하는 것이 낫다”라는 극단적 저항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지적하는 지적 권위는 대중의 열정을 거역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905~1906년 시즌 축구관중은 600만으로 증가 했으며, 1914년 당시 잉글랜드 프로 축구팀은 158개, 청소년 클럽은 1만 9000개가 넘었다.

축구가 이토록 대중 스포츠로서 자리잡게 된데는 아마추어 경기를 즐기던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행위자에서 관람자로 변화하게 된 점이 가장 크다고 추측된다. 둘째로 도시화의 영향이다. 축구는 급속도로 팽창하고 근대화하는 도시에서 뿌리를 발견하려는 욕구를 충족시키고 도시민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구현한 스포츠가 되었다. 프로축구는 자기 집과 자신이 일하는 구역에만 국한되어 있던 사람들의 삶을 전국적 차원으로 확대시켜주었다. 그들은 지역적 소속감을 느끼는 동시에 수천 명의 다른 사람들과 무언가를 함께한다는 감각을 지니게 되었으며, 전국 리그 안에서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시합을 좇음으로서 자신이 속한 도시에 대한 자부심과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1870년대부터 세계 곳곳에 나가 있던 재외 영국인들이 축구를 전파기 시작했고, 프랑스를 위시한 대륙 국가들도 영국의 스포츠를 열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종주국이라는 영국의 자부심은 대륙 스포츠를 무시하게 만들었고, 1904년 유럽대륙에서 FIFA가 창립되었을 때 영국은 회원국이 아니었고, 1930년부터 시작된 월드컵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1920년대까지는 영국 아마추어 팀들이 대륙의 모든 팀들을 격파했는데, 그것도 15대 0, 혹은 12대 0의 승리였다. 영국은 세계 제 2차 대전이 후 FIFA에 가입했고, 월드컵에는 1950년부터 참가했다. 영국의 입장에서는 그때에서야 비로소 나머지 세계를 심각하게 받아들였지만, 다른 국가들은 이미 영국을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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