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비극이었던 한국 전쟁.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많은 이들에게 눈물과 상처를 안겨주었던 전쟁도 오랜 세월이 흘러 조금씩 잊히고 있다. 이 책은 역사의 희생이 되어 지금은 거의 잊혀버린 그들을 기억하기 위한 소설이다.
전 주영ㆍ주일대사이자 현 대학총장인 저자는 유년의 전쟁 체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한다. 당시에 전쟁을 ‘자연의 한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미처 역사도 기록할 수 없었던 평범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중 화자인 ‘나’는 보통 사람과는 달리 매우 신비한 한 노인을 만나게 된다. 노인을 엉뚱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의 말은 지혜로 넘쳐난다.
그는 마치 모든 것을 아는 양 ‘전쟁’이 지금 당장 한 마을을 사라지게 할 수 있어도 ‘이 세상 모든 것을 몽땅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고 말하며 ‘서로를 끔찍이 여길 것’을 당부한다.
유년 시절을 한국전쟁과 함께한 저자는 어린아이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전쟁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면서도 희망을 꿈꾸고 ‘사랑’만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믿음을 갖게 한다.
어린이 된 저자는 이제 그들이 스스로 상처를 ‘망각’하기를 기원한다. 역사의 비극 속에서 이름 없이 희생양이 되어 죽어간 많은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또 본문 곳곳에는 줄거리 이해를 돕는 판화 작품이 삽입됐으며 한글과 동시에 영문 본문도 함께 수록했다.
저자는 서울대 정치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영대사와 주일대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우석대학교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는 『비빔밥 이야기』, 『세계의 발견』등이 있다. 형설라이프/라종일 지음ㆍ오정현 그림/176쪽/1만2000원
/박은희 기자 kugu9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