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집을 비우는 시민들에게 유용한 방범 장치이지만 최근 들어 제대로 된 원칙이나 수요도 없는 제도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28일 대전 및 충남경찰청에 따르면 이 제도는 휴가철 또는 명절 때 수일 동안 집을 비울 경우 인근 지구대에 이 사실을 신고하면 순찰 강화 등의 치안 서비스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지만 시행 10여 년이 흐르면서 유명무실해져 가고 있다.
대전 및 충남경찰청은 그동안 지역민들의 빈집 사전신고제 이용 건수 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각 경찰서 담당부서도 “지구대장 판단 하에 시행한다” 또는 “시행하지 않고 있다”라는 식으로 경찰관서별로 들쑥날쑥한 상황이다.
이처럼 상급기관에서 우왕좌왕함에 따라 일선 현장에서 이 제도가 효율적으로 운영되리라 기대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모 지구대 관계자는 “(빈집 사전신고제에 대해) 본서로 문의해 달라”고 했고 다른 지구대에선 “신고가 들어오면 하긴 하는 데 접수된 사례가 없다”라고 답변했다.
이 제도에 대한 기준이 확실하지 않고 대 시민 홍보 또한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음을 반증하고 있다.
제도 운영이 겉도는 이유는 관련 지침이 하달된지가 오래된데다 시민 홍보도 미흡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관련 신고를 받았다가 실제 사건이 발생할 경우 경찰의 책임 소재 문제, 경찰 순찰 인력 부족 문제 등도 제도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휴가철에는 전문 빈집털이범은 물론 청소년까지 유흥비 마련을 위해 절도 행각을 벌이는 사례가 비일비재 하다.
실제 지난해 8월 경찰에 덜미를 잡힌 10대 차량털이범은 37회에 걸친 범행 가운데 30건이 6월 이후 휴가철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회사원 정모(45)씨는 “올해도 2~3일 정도 휴가를 떠나려고 하는 데 이 기간에 텅 빈 집을 생각하면 마땅한 방범 대책이 없어 불안한 마음”이라며 “경찰의 빈집신고 제도가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내실 있게 운영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대전 및 충남경찰청 관계자는 “제도 시행이 오래된 탓인지 일선에서 관련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미흡한 것 같다”며 “제도가 폐지된 것은 아니어서 빈집 신고를 하면 순찰 등 치안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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