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에어컨 없는 도시에서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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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세]에어컨 없는 도시에서 살고싶다

[중도마당]이인세 대전충남생명의숲 사무국장

  • 승인 2010-06-28 14:15
  • 신문게재 2010-06-29 20면
  • 이인세 대전충남생명의숲 사무국장이인세 대전충남생명의숲 사무국장
지구 반대편에서 개최되는 월드컵 열기에 잠 못 이루는 밤이 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장에서 전해오는 뜨거운 열기가 더해져서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라는 계절을 맞이하게 되었다.

▲ 이인세 대전충남생명의숲 사무국장
▲ 이인세 대전충남생명의숲 사무국장
사계절이 있어 축복을 누리고 살아가긴 하지만 여름철이 되면 조금은 꺼려지는 것이 있다. 바로 열대야와 냉방병이다. 희망하든 하지 않든, 불가피하게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살 수 밖에 없으니 여름철이 되면 도시 열섬현상으로 발생한 열대야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열대야가 없고 에어컨을 켜지 않고 살 수는 없는 것일까?'하는 의문을 가져보지만 하던 일을 멈추고 짐 싸들고 생활 터전을 도심지에서 벗어나기 전까지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구조물로 뒤덮여있는 도시지역에서는 여름철에 태양열로 쉽게 달구어진다. 또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공장이나 건물, 주택, 자동차 등이 연료를 연소 시킬 때 발생하는 열기가 도시 상층을 이루고 있는 오염층에 가로막혀 도심 속에서 빠져나가지 못해서 외곽지역보다 도시지역이 더욱 더워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비닐하우스 속에 더위를 이기지 못한 작물들처럼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더위에 지쳐 축 처지게 된다. 더위를 이기기 위해서 사용하게 되는 에어컨이 건물 안은 시원하게 만들 수 있지만, 실외기를 통해 뿜어지는 더운 열기는 도시를 더욱 덥게 만든다. 내가 시원하게 지내기 위해 사용된 에어컨이 불특정 다수에게 더위를 가중시키게 되고, 더위를 느낀 사람들은 또 다시 에어컨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계속 이어져서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게 된다.

이상적인 도시모습은 원래의 지형과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여유토지에 건물과 도로를 만들면 좋겠지만 산업화와 도시화가 가속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편리함과 쾌적함을 추구하다 보니 이루어지기 쉽지는 않다고 한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여름철이 되면 에어컨에만 의존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반성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도시 속에서 비정상적으로 발생되는 인공열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잃어가는 녹지공간을 늘리는 길이다. 녹지공간이 도심열섬현상을 완화한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검증된 일이다. 그러나 한정된 도시공간에서 많은 면적의 녹지를 늘리기에는 제한요소도 많고 비용도 많이 소요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투리공간을 찾아서 나무를 심고, 도시공원이나 녹지를 건강하게 가꾸고 잘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며, 콘크리트 표면을 태양에 노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옥상에 녹지조성, 녹색 커튼이 될 수 있도록 덩굴류 식재와 꽃담 등을 활용한 벽면녹화, 가로수변 연결식수대 조성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야 할 것이다.

또한 도심 속에 바람길을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신선한 바람이 도시의 외곽지역과 도심지역간에 원활하게 이동됨에 따라 더워지고 오염된 도심속의 공기는 시원하고 맑은 공기로 보충된다. 대전과 같은 분지형에서는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원래 바람길은 도시계획에서 이루어져야 할 부분인데, 이후 도시의 재개발과 도시 확장시에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물의 순환문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도시에서 바람길의 근간은 물길과 연계되어 그 효과를 더욱 상승시키게 된다. 또한 가능한 물이 넒은 면적을 흐를 수 있도록 공간과 양을 늘려 줄 수 있는 물의 순환체계를 높여주는 지혜도 필요하다.

도심 속에서 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지혜는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 뿐만 아니라 법률과 조례를 통해 민간 영역에서도 충분히 확대 될 수 있을 것이다. 에어컨 없는 도시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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