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구 13·15대 국회의원/계룡건설 명예회장 |
참여정부는 위헌요소를 제거하기 위하여 헌법기관(청와대, 국회, 대법원, 헌법재판소)을 이전대상에서 빼버리고, 정부기관도 과반수만 골라서 이전한다는 소위 '9+2+2 기관'의 이전계획안인 행정중심도시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안했다. 충청인들은 노른자위 빠진 달걀이라고 허망해 했다. 국회심의 과정에서 행정중심도시는 자칫 유령도시가 될 소지가 있으므로, 자족기능을 살려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법명을 바꾸어 만장일치로 법을 확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법안개정을 주도한 것은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었다. 충청인들은 비록 차선책이지만 대거 환영해 주었다. 그리고 행복도시는 예정대로 착착 진행되고, 수용해야할 토지도 수용령없이 협의보상으로 협력해주었다. 그런데 정부분할론은 국가 백년대계에 크게 손상이 된다는 판단 하에, 정부의 이전은 없던 것으로 하고, 대신 과학비즈니스벨트와 기업유치를 해서 행복도시가 아닌 세종시를 건설한다는 대안을 만들어 국회에 관련법 개정 입법안을 제안했다. 세종시법 수정안이다. 충청인들은 허탈해 했고, “오랫동안 속을 대로 속아왔고, 참을 대로 참아왔다”는 충청도 무대접, 충청도 멸시의 푸념으로 뒤범벅이 되고 말았다.
그 결과는 6·2 지방선거에서 확연히 나타났다. 국회는 지난 6월 23일 국토해양상임위원회에서 관련법 모두를 부결시킴으로써 이 법안은 사실상 폐기될 운명에 놓여있다. 그런데 국회법 87조를 인용하여 국회 본 회의에서 직권상정으로 표결처리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국회의원 전원이 찬반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뜻이 될 것이다. (찬반의원 명단공개효과) 충청권이 정부수정안에 노(NO)한 이상 정부도 +를 지켜줄 의무도 없고 법적근거도 없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태도인 것 같다. 그렇다면 세종시의 앞날은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아닌 꼴로 말라버리고 시들어 없어지는 암울한 처지를 직감하게 된다.
지금이야말로 국회의원들이 오순도순 무릎을 맞대고 원만하고 진지한 해법을 만들어 내는 슬기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국회는 어떠한 개념이든 입법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나?
이 난세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절충의 해법을 찾아낼 슬기는 없을까? 국회의원들은 나름대로 수정안에 대해 찬반의사를 이미 밝히고 있을 것이고, 그런 것이 이미 정당별, 정파별로 꼭꼭 묶여져서 막무가내 식으로 치닫고만 있다고 보여 절충안을 모색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격이 되어가는 형국을 한탄할 뿐이다. 답답하여 선량 여러분께 감히 몇 가지 해법을 제시하며 참고에 권하고 싶다.
정치란 살아 숨 쉬고 움직이는 동물이라고 했다. 기왕에 추구하는 자기들의 최선책을 고집만 하지 말고 원만한 차선책을 도출해 내려는 용기 있는 선량이 왜 보이지 않는가? 무리한 최선책보다는 원만한 차선책이 더 민주적이고 의회적인 선진국들의 의회발전사에 새겨진 역사다. 원안도 일부 손질하고, 수정안도 일부 손질하여 세종시를 살려내는 묘안을 도출해낼 용기 있는 집단은 없는가? 전국에 퍼져 살고 있는 충청인, 무대접을 한탄하며 고장에 살고 있는 충청인들이 '될 대로 돼라'하는 푸념으로 이 국면을 넘긴다면, 지금의 찬성집단이나 반대집단은 모두 차기선거에서 큰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
필자는 지난 의정활동을 통해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여라”라는 의정활동 지침을 고수해온 사람이다. 때로는 지탄도 받았고, 때로는 찬양도 받았었다. 그러나 정계를 은퇴한 입장에서 볼 때 떳떳했었다는 평가(자평, 타평)를 받고 있다.
행복도시가 유야무야되고 만다면 그 화살은 누가 받을 것 인가? 충청인은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는다면' 다음번엔 정치적으로 누구를 겨냥할 화살이 준비될지 모른다. 6월 국회는 7월 9일에 폐회된다. 며칠 안남은 회기 내에 이 난제를 후회 없이 해결하고 넘길 수는 없는가? 이번 회기 내에 절충안 성립이 어렵다면 본 안건을 차기 국회에 계류시키는 본 회의 결의도 있을법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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