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인수 한국산업은행 대전본부장 |
이른바 '송양지인(宋襄之仁)'이라 후세에 알려지고 있는 사자성어의 배경 이야기로 지나치게 어질기만 하고 융통성이 없어 일을 그르치는 경우를 조롱하는 예로 사용된다.
때로는 수단이나 방법의 정당성보다도 목적달성의 절박함이 훨씬 클 수가 있다. 어차피 사람이 죽고 죽이는 전쟁이라면 처음부터 정당한 방법은 아닌 것이니 비겁한 행위로 비난받을까봐 걱정하는 것은 애시당초 사치였다. 송양공은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이기는 길을 선택했어야 했던 것이다.
선거는 출마자에겐 무조건 이겨야 하는 전쟁인 모양이다. 선택하는 수단과 방법이 그렇게 절박하고 치열할 수가 없다. 선거 때 발표되는 공약들이 다 실천된다고 가정하면 거기에 소요되는 예산이 우리나라 예산의 몇 십 배라고 한다. 그 공약들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얘기들이었고 다시 말하면 거짓말이었다. 그러니 당선 후에 애초에 불가능했던 공약들을 수정하고 수습하는 과정이 또한 부산스럽지 않을 수 없다. 2002년 2007년 양대 대선을 거친 공약이 수정안과 원안 사이에서 아직도 방황하고 있고 수장이 바뀐 대전시는 임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공약수정 논란이 일고 있다.
법을 올곧게 지키고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하면서 정직하게 선거에 임하는 것은 자칫 송양지인이 되어 천하에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이기기 위해서 사실 안 되는 것도 된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출마자의 고충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선거는 우리 유권자 입장에서는 전쟁이 아니다. 이전에 잘못 뽑은 대표에 대해선 벌을 주고 잘 한 사람에겐 박수치고 재신임 해주어 4년에 한번씩이라도 우리 유권자가 그들의 주인임을 일깨워 주는 귀한 평화의 잔치다. 출마자들의 이전투구에 말려들어 흙탕물을 뒤집어 쓸 이유가 없다.
그러니 그들에게 말려들지 말자. 그들이 당장 눈앞의 승리를 위해 동원했던 거짓 수단들을 기억하자. 지키지 못할 약속을 늘어놓고 어떤 꼼수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는지 똑똑히 기억하자. 어떤 약속을 지키지 않고 뭉그적거리는지도 기억하자. 혹시 출마자들이 우리 유권자들을 우습게 보고 공약이행상황은 따져보지도 않은 채 대충 다시 찍어줄 것을 기대한다면 큰 코 다친다는 걸 보여주자. 그리하여 4년 뒤 그들이 다시 전쟁 놀음을 시작하려 할 때 이것이 전쟁이 아니고 평화의 잔치임을 깨닫게 하자. 정직하게 선거에 임하여 낙선한 사람을 기억하자. 약속했으면 꼭 지키는 사람을 기억하자. 하여 선거라는 것이 암수와 매터도가 난무하고 마키아벨리가 춤추는 전쟁이 아니라 진정 어질어도, 아니 어질어야 구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평화의 잔치임을 깨닫게 하자. 아니, 우리 힘으로 그 평화의 잔치를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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