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순중 대전예총 사무처장 |
과거에는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값이 싸고 기능이 좋으면 그만이었지만, 지금은 디자인과 스토리가 입혀지지 않은 제품은 선택받지 못 하는 시대가 되었다. 세계시장에서는 국가도 하나의 유통 상품처럼 존재한다. 이렇게 본다면 군사력이나 정치력보다는 문화의 힘으로 무장한 국가들이 주목을 받고 있고,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문화의 힘은 흔히 '컬처노믹스(Culturenomics)'라는 용어로 표현된다.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교수인 피터 듀런드에 의해 처음 사용된 이 용어는 말 그대로 문화를 통해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을 뜻하는 이 '컬처노믹스'는 이제 더 이상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문화예술로만 연간 4000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뉴욕, 도시개발에 문화와 디자인을 접목해 연간 약 878억 원의 경제효과를 누리고 있는 도쿄의 위성도시 요코하마, 화력발전소를 '테이트모던'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해 3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간 462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데 성공한 런던…. 이들 도시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은 바로 문화에서 경쟁력을 찾아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바야흐로 문화가 돈이 되는 시대가 됐다. 당장의 판매보다 꾸준한 고정고객 확보로 장기적인 수익을 창출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문화의 위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를 살펴보면 문화도시란 목표는 정해진 듯 하나 명확한 전략이나 방법론은 아직 미비한 것 같다. 각 도시가 갖고 있는 문화적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대규모 문화시설 건립이나 이벤트성 축제를 하는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도시 대전도 상당수의 문화예산을 하드웨어 부분에 투입해 왔을 뿐, 정작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 전문인력 양성에 관련된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는 결여됨으로써 많은 공공문화 시설들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지 못했고 오히려 도시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으로까지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예산계획의 중점이 소프트웨어의 육성으로 시급히 이동해야 할 것이다.
과거 문화도시의 개념은 유럽의 문화도시 사례와 같이 풍부한 문화자원과 문화적 환경을 갖추고 있는 도시를 의미했으나 이제는 이러한 물리적 환경을 중시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도시인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풍부한 도시로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도시문화콘텐츠에는 공연, 음악, 미술 등의 문화예술 분야 뿐만 아니라 도시민의 라이프스타일, 디지털 문화콘텐츠까지도 포함되는 개념이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시의 경우에는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의 핵심 배후도시로서 대전경제의 구조 전환과 수익창출을 위한 메인허브 역할을 하기 위해서도 심미안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도시문화의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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