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시형 충남도농업기술원 교육정보과장 |
그런데 농기계는 농사를 짓는 농업인의 일손을 덜어주는 만큼 마음까지 가볍게 해주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3년 부터 우리나라 농가 부채는 평균 2000만원 이상으로 열심히 일해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런 원인 중의 하나가 고가의 농기계 구입비용으로 보여진다. 현대농업에서 농기계는 없어서는 안될 고가의 장비인데다 농업인은 부채가 늘어도 사용하던 농기계가 고장나거나 더 편리한 기능을 가진 농기계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결국 비싼 농기계를 구입하게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농가의 연간 소득은 3000만원 수준인데 1년 수입을 다 털어 넣어도 농기계 한 대도 못사는 형편이다. 트랙터의 경우 성능에 따라 3500만원에서 6500만원정도 한다. 이앙기, 콤바인의 경우도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그렇다면 농기계의 내구연수는 몇 년이나 될까? 보통 고급 승용차 한대 값은 되니 승용차 만큼이라도 사용해야하지 않을까? 그런데 농기계 내구연수는 길어야 7~8년이다. 농작업은 밤 늦게까지 이루어지기 일쑤고, 또 다음날 새벽부터 일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기계정비와 세차도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 농기계는 사용기간 보다 보관하는 기간이 훨씬 긴 데다 비가림 시설도 없이 노지에서 비나 눈만 맞지 않게 천막으로 덮어놓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잘못 보관하게 되면 통풍이 잘 안돼 녹슬기 쉬워 내구연한도 크게 단축된다. 그만큼 농기계 보관·관리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충남의 경우 경운기, 트랙터, 방제기, 이앙기, 관리기, 콤바인 등 농기계 보유대수는 29만3000대이며 농가평균 보유대수는 1.8대다. 특히 농기계는 대부분 흙탕물, 흙먼지 등 악조건에서 기계를 사용하기 때문에 부품의 노후가 잘 일어나고 고장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농기계를 다루는 농업인은 스스로 정비능력을 갖춰야 한다. 따라서 농업인은 농업전문 기관으로부터 농기계의 안전사용 요령, 사용 후 농기계 보관방법, 정비·점검기술 등에 대한 교육을 통해서 체계적으로 배워야 한다.
농기계와 관련된 교육은 도농업기술원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연간 16회 430명 정도로 농기계 보유대수에 비해서는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농업인들 스스로가 농기계 교육의 필요성에 무감각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중 한가지가 농기계 임대사업이다. 이 사업의 장점을 살린다면 농가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농업인 스스로가 농기계를 아끼고 소중히 다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농촌을 보고 위기를 맞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다. 아직은 교육시설에서 공부하는 것 보다 한시라도 현장에서 더 일해야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농업인이 더 많은 것도 현실이다. 최근 들어 우리 도농업기술원 교육에 관심있는 농업인들이 늘고있고, 실제로도 교육 신청자가 부쩍 증가했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교육기관에서는 실습을 통한 질높은 교육을 확대해 대형 농기계 사용자는 물론 소형 농기계를 사용하는 농업인도 필수적으로 받도록 노력해야한다. 나아가 농기계에 대한 전문적 지식으로 고가의 농기계 사용 효율을 높이고, 농기계 수명을 늘려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농가 부채를 줄이는데 획기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아울러 우리 농업인들도 교육을 통해 진짜 원하는 지식을 얻어가 농업인이 잘사는 사회가 하루 빨리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